다가가는 남, 일단 튕기는 북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7ㆍ4 남북공동성명 45주년인 4일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8일 강원도 원산 지역에서 단거리 지대함 미사일을 쏜 지 26일 만이다. 북한은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14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5차례 연이어 미사일을 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다 한 달 가까이 잠잠했다.
 정부는 연이은 대북 대화 제의와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꺼내 든 것에 대해 곤혹스런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제안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주도하기로 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경우 남북대화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미사일을 쏜 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의 의도와 배경을 분석 중”이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남북 합의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6ㆍ15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무조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같은 달 24일 세계태권도대회 개막식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하고, 방한 중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민간단체들의 북한주민접촉을 허용하는 등 남북 교류를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3일 “빠른 시간 내에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단체인 조국통일민주주의 전선은 4일 성명을 통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반역과 매국의 길로 나서려는 자들과는 타협도 용서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선순환적’ 관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핵을 “민족공동의 재부나 다른 없는 동족의 핵무력”이라며 “있지도 않은 인권문제를 걸고 들며 불신과 대결을 고취하고 있으니 북남(남북)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지난달 말 방한 중 정부와 민간단체들로부터 체육교류 제안을 받았던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북한 위원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귀국 길에 미국의 소리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태권도가 오니까 당장 장미꽃 꽃다발이 지금 막 떨어지는 줄 아는데 아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O)과 국제태권도협회(ITF)라는 국제기구들 사이의 거래”라며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나 태권도가 어떻게 북-남 체육교류를 주도하고 (남북관계) 물꼬를 트고 하느냐“고 밝혔다. 그는 또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에 대해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다"라며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나 태권도가 어떻게 북남교류를 주도하느냐"고도 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정책에 북한이 ‘일단’ 튕기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김용현 동국대(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이를 거부하고,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 한 뒤에 남북관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이은 러브콜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한국 정부가 주도하기로 한 데 대한 북한식 응답이란 얘기다.
 정용수ㆍ김포그니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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