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애매했던 동물원 길고양이, 정식 동물 가족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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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목걸이를 착용하는 고양이.[사진 서울시]

건강검진 목걸이를 착용하는 고양이.[사진 서울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지낸 ‘길고양이’들이 동물원 정식 가족이 됐다.

관람객이 주는 먹이 먹고 지내던 51마리 #AI 상황 당시 질병 전파 막기 위해 포획 #사육사 관리 받으며 백신 접종, 건강검진도

서울대공원은 3일 고양이 51마리를 동물원을 구성하는 동물로 인정하고 백신관리, 마이크로 칩 삽입 등을 통해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원 안에 있는 고양이들이 사육사의 정식 관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고양이들은 동물원 안에서 '애매한' 존재였다. 같은 동물원 안에 있으면서도 '동물'다운 대접을 받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반려묘라고 할 수도 없었다.

동물원이 고양이를 정식 가족으로 맞게 된 계기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다.

당시 서울대공원 황새마을에서 황새 2마리가 폐사했다. 사체 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판명됐고 서울대공원은 휴장에 들어갔다.

3개월 넘게 문을 닫는 동안 동물원은 고양이를 통한 전염성 질병 전파를 막기 위해 원내에 살던 고양이 51마리를 잡아 중성화 수술, 백신 접종,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동물원에 마련된 고양이 급식소.[사진 서울시]

동물원에 마련된 고양이 급식소.[사진 서울시]

이후 동물원은 고양이들을 포획한 장소에 다시 풀어주되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고양이 구분을 위해 마이크로 칩을 삽입하고, 수컷은 갈색, 암컷은 빨간색 목걸이를 채웠다. 행동 반경을 연구하기 위해 일부 고양이에겐 위치 추적기도 부착했다. 위치추적기는 목줄 포함 40g 무게의 가벼운 제품을 사용했다. 또 동물원 안에 나무상자로 만든 급식소 10곳을 만들었다.

고양이들은 향후 백신 보강 접종, 구충제 투약, 건강검진 등의 관리를 받게 된다.

길고양이를 식구로 맞이한 서울대공원 송천헌 원장은 "지속적 관리를 통해 동물원내 전시동물과 고양이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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