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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재협상하자는 한미 FTA를 둘러싼 2가지 아이러니...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중앙일보

입력

한미 FTA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첫번째 아이러니는 미 행정부의 입장 번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예방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예방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6년 전인 2011년 10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맞춰 한미 FTA 이행법안의 상ㆍ하원 동시 처리라는 파격을 연출했다. 당시 하원에서는 찬성 278표, 반대 151표였고, 상원에서는 찬성 83표, 반대 15표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미 의회에서 진행된 통상 관련 투표 중 역사상 가장 큰 승리였다.

2011년 10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 앞)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앞)이 워싱턴 외곽에 있는 한식당 우래옥에서 비공식 만찬 모임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법안 통과 소식을 접했다. <중앙포토>

2011년 10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 앞)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앞)이 워싱턴 외곽에 있는 한식당 우래옥에서 비공식 만찬 모임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법안 통과 소식을 접했다. <중앙포토>

법안 처리 하루 뒤인 10월 13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통과된 무역협정 중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은 우리의 우정과 한미동맹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원래 미 자동차업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민주당 하원의 반대로 취임 직후만해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미 FTA에 반대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선 당시부터 한미 FTA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30일(현지시간) 언론발표문에서 “협정이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deal)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재협상을 예고했다.

두번째 아이러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공세를 방어해야 할 처지인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다. 사실 한미 FTA는 문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일 당시인 2007년 4월 타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당선인 신분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한미 FTA 비준안의 임기내 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문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의 거부 입장을 전해왔다.

 정권 교체후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안 국회 처리에 결사 반대로 돌아섰다. 2008년 12월 여당인 한나라당이 한미 FTA 법안을 국회 외통위에 단독 상정할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해머와 전기톱까지 동원해 회의장 문을 부숴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3년뒤인 2011년 11월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엔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국회 단상에서 터뜨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터뜨린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중앙포토>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터뜨린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중앙포토>

비준안 국회 통과에 앞서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대통령은 ”(한미 FTA는) 참여정부 때 추진되고 타결됐지만 지금 현 상태에서 비준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며 ”이명박정부 들어 재협상을 통한 추가 양보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미 의회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상품교역에서는 한국의 흑자,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의 흑자가 많고 전체를 종합하면 이익의 균형이 맞다“고 적극 방어에 나섰다.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대통령이) 지금에 와서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다. 먼저 대국민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차세현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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