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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FANG까지 뛰어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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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반도체 시장 활황과 갤럭시S8을 등에 업은 삼성전자가 실적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지, 실리콘밸리 4총사로 불리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영업이익으로 앞설 수 있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갤S8 등에 업고 사상 최대 예상 #반도체 활황 겹쳐 최대 14조 전망

삼성전자가 2분기에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거란 전망엔 이견이 없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이 13조1189억원에 달할 거라고 내다봤다. 2013년 3분기에 올린 역대 최대 실적(10조1600억원)을 3조원 가까이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61.1% 더 많다.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13조원대 후반에서 14조원대 초반의 전망치도 나온다.

정창원 노무라금융센터 리서치헤드는 “반도체 부문이 7조원을 훌쩍 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이 13조9000억원에 달할 거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실적 질주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에 기인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사업에서 나올 거란 예측이다.

효자 제품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기반의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 센터에서 몇 개월씩 기다렸다 받아가는 ‘귀한 몸’이 됐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SSD 한 개는 종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5~10개와 비슷한 성능을 내기 때문에 데이터 센터의 공간과 에너지가 획기적으로 절감된다”며 “또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빨라 서버 업체들로선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시스템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이 확정되면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라는 왕관을 처음으로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151억 달러, 약 17조3000억원)가 인텔(144억 달러, 약 16조5000억원)을 제칠 게 거의 확실시되서다. 인텔이 반도체 시장 1위를 빼앗긴 건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출시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날개를 단 반도체 사업에 비하면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특히 갤럭시S8을 내세워 노트7의 악몽을 씻으려던 IT모바일(IM) 사업부문은 4조원대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걸로 전망된다. 주력 모델을 잃고 2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비하면 개선된 실적이지만, 매 분기 6조원 안팎의 실적으로 ‘스마트폰 랠리’를 기록했던 2013년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추격으로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해 스마트폰 사업 마진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패널 가격 상승으로 TV 사업도 다소 힘을 잃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3조원대 실적을 놓고 글로벌 IT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재평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실적은 애플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105억 달러, 약 12조원)를 웃돌 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4강으로 꼽히는 FANG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모두 합친 수치(111억5000만 달러, 약 12조7000억원)보다도 많다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많이 오르긴 했지만 시가총액(약 310조원) 기준으로 FANG이나 애플에 비해 턱없이 저평가된 상태”라며 “반도체 성수기와 노트8 출시를 맞는 3분기에 실적이 한차례 더 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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