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때 시작해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철도개혁, 문재인 정부서 '원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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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철도구조개혁을 위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설립준비단'이 현판식을 갖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철도구조개혁을 위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설립준비단'이 현판식을 갖고 있다. [중앙포토]

 철도 운영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철도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나눠 맡도록 하는 철도구조개혁은 외환 위기 직후인 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게 좋겠다는 IMF(국제통화기금) 측 컨설턴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다.

철도구조 개혁은 DJ·노무현 정부 거쳐 추진 #운영 민영화 추진하다 노조 반대로 공사 전환 #철도 노조, 분리 이후 줄기차게 재통합 요구 #"분리 이후 철도산업 경쟁력 더 악화" 주장 #해외사례는 '분리'와 '경쟁'이 대세 반론도 #전문가 "성급한 통합보다 면밀한 분석 먼저"

 한국통신이 KT로, 담배인삼공사가 KT&G로 각각 민영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철도부문 민영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가 2001년 철도운영기관의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법ㆍ한국철도시설공단법ㆍ한국철도주식회사법 등을 만들려고 했지만 철도노조 등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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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민영화 대신 철도공사 전환으로 방향을 틀었고, 철도운영(상부)과 철도건설(하부)의 분리안(상하분리)을 수용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2004년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이, 2005년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각각 출범했다.

 철도 건설과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04년 출범 이후 서울을 거쳐 대전에 자리를 잡았다. [중앙포토] 

철도 건설과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04년 출범 이후 서울을 거쳐 대전에 자리를 잡았다. [중앙포토]

 하지만 철도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분리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재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최재혁 팀장은 “철도청에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했던 목적은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는데 실제 지난 10여년간 추진된 상하분리 정책의 결과는 비효율 지속과 기술 경쟁력 저하”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ㆍ참여연대 등 21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철도공공성시민모임'도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양 기관으로 분리됨으로 인해 해외사업, 시설관리, 연구개발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능과 인력이 중복되고 그로 인해 연간 수천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대 행정학과 문광민 교수는 “그동안 한국철도산업의 해외진출이 부진했던 것은 운영과 시설을 분리한 때문"이라며 "통합을 통해 세계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상하분리 이후 국내 철도 총연장이 크게 증가했고, 코레일의 영업손실도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4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서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학기술대 강승필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도 "전 세계 추세는 시설과 운영을 더욱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는 것"이라며 “철도 선진국들은 분리운영과 경쟁체제를 통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은 1994년 국철(BR)을 운영과 시설로 나누는 상하분리를 단행했고,현재 분리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2015년 ‘제2차 구조개혁’을 통해 유지보수,관제,시설부분을 모두 담당하는 기관을 신설했다. 또 기존의 운영기관과 새로 생긴 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도 새로 만들었다. 통제기관은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와 같이 운영 및 시설기관을 관리ㆍ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감독기관은 형식상의 지주회사로 운영과 시설 부분의 분리는 더 강화됐다는 게 통합반대측 주장이다.

독일의 경우 1994년 운영과 시설을 분리했고, 현재 운영부분은 독일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독일철도주식회사 산하의 4개 회사와 395개 민간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1999년 2%에 불과했던 민간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27.5%까지 상승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박사는 "과거 철도청 체제는 방만한 운영과 적자 누적으로 문제가 많았다"며 "그런데도 또다시 통합논의가 나오는 것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이용자 편익을 소홀히 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급한 통합 추진 보다는 면밀한 효과분석과 심층적인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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