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특혜 채용 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당 대표와 국민의당 전·현직 지도부가 직접 전선(戰線)의 선봉에서 난타전을 벌이면서 당분간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문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열었다. 추 대표는 30일 소집된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박지원 전 대표로 향하는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했다”며 전날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의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앞서 진상조사단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5월 1일 문제의 녹취 제보를 박지원 당시 대표에게 보냈지만 (박 전 대표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녹취 조작 파문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추 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당시 당 대표를 맡고 있던 ‘박지원 책임론’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작 음모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2일 “민주당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의당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정치개편을 위해, 정치보복을 위해 칼춤을 춘다면 사즉생(死卽生·죽고자하면 산다)의 각오로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충돌에 대해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당과 ‘협치’를 모색해야 할 때”라며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란 말이 있듯, 5당 체제에서 국민의당이 초토화되면 민주당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추 대표의 대응을 두고 박 전 대표에 대한 앙금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14일 탄핵정국에서 추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추진한 걸 두고 박지원 전 대표가 “추 대표가 당 대표가 됐을 때 ‘똥볼 많이 찰거다’라고 했는데 제가 점쟁이가 됐다”고 말한 일이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