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승 값어치 한 최형우 방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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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형우. [연합뉴스]

최형우. [연합뉴스]

똑같은 타구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른 게 야구다. 10점 차로 지고 있을 때 친 솔로홈런보다는 끝내기 희생플라이가 더 가치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2017 프로야구에서 팀 승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타자는 누구일까. 야구를 수리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를 이용해 찾은 답은 KIA의 4번 타자 최형우(34·사진)다.

WPA 지표로 본 타자들 공헌도 #승부처에서 타격·주루 활약 평가 #최, 4.19로 100억원 몸값 톡톡 #교타자 서건창, 장타자 최정 뒤이어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대결’이 이어지는 종목이다. 플레이가 끊기지 않는 축구와 달리 공 하나, 타격 하나를 각각의 승부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상황별 기대 승률을 구할 수 있고, 타격이 끝나면 승률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는 이런 점에 착안해 WPA(Win Probability Added·추가한 기대 승률)라는 지표를 개발했다. WPA는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날리는 ‘클러치 히터’가 누군지 보여 준다.

올해 KBO 리그 최고 해결사로 꼽힌 최형우는 KIA가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4년간 총 100억원에 영입했다. 그 선택은 옳았다. 최형우는 WPA 4.19로 타자 가운데 1위다. 4.19 중에 4.08은 타격으로, 0.11은 도루 등으로 각각 올렸다. 경기 시작 전 승률이 0.5(50%)니까 최형우는 팀이 여덟 번 더 이길 정도로 활약한 셈이다. KIA가 올 시즌 선두를 질주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최형우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난 경기는 지난달 13일 인천 SK전이다. 3-1로 앞선 SK는 마무리로 서진용을 투입했다. 서진용은 1사 1루까지 끌고 갔다. 원정팀 KIA가 이길 확률은 8.5%에 불과했는데, 바로 그때 최형우가 투런포로 동점을 만들었다. KIA의 기대 승률은 44.1%로 뛰었다.

최형우는 그 다음 타석인 연장 11회 초 1사 1루에서 채병용으로부터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50%였던 KIA의 기대승률은 91.9%로 치솟았다. KIA의 승리는 전적으로 최형우의 연타석 홈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WPA 2위는 넥센 서건창(3.20)이다. 교타자인 서건창은 홈런이 4개뿐이지만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타율(0.448)은 엄청나다. 홈런 1위 최정(SK·3.09)이 3위, 두산 김재환(3.04)이 4위다.

◆롯데, 홈런포 앞세워 4연승=롯데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를 9-0으로 꺾었다. 롯데는 4연승을 이어가며 NC를 상대로 사직 14연패에서 벗어났다. 전준우(1회·1점), 김문호(5회·2점), 이대호(7회·3점)가 릴레이 홈런을 터트렸다. 롯데 선발 레일리는 7이닝 6피안타·무실점하고 시즌 5승째를 올렸다. 서울 잠실에선 1위 KIA가 LG를 10-6으로 물리치고 2위 NC와 승차를 1.5경기로 늘렸다.

◆프로야구 전적(30일)

▶KIA 10-6 LG ▶넥센 9-5 kt ▶두산 8-13 한화
▶삼성 5-7 SK ▶NC 0-9 롯데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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