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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으로 떠난 17세 딸 이름으로 1억 기부…"다른 아이들은 부모 곁 떠나지 않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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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세상을 떠난 고(故) 방다희양. [사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난달 1일 세상을 떠난 고(故) 방다희양. [사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마음 속 깊은 곳에/아주 자그마한/한 송이의 예쁜 꽃//어느 누구나 마음속/깊이 숨어있는 자신의/꽃 같은 마음//그 누구도 아직까지/자신도 모르는 마음속/꽃 한 송이의 이름//하지만 나는 보았다네/그 마음속 꽃의 이름은/'희망'이라는 꽃이라네."

백혈병과 싸우다 끝내 떠난 딸 #"난치병 환아 위해 써 달라"며 #故방다희양 이름으로 기부 결정

지난달 1일 세상을 떠난 고(故) 방다희(17)양이 쓴 '희망'이라는 시다. 2008년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다희양은 오랜 투병 생활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시집 『희망의 온도계』를 펴냈다.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다희양은 그의 시집처럼 마지막 순간에도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떠났다.

다희양은 최근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 68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다희양이 살고 있는 경북 칠곡군에선 1호 회원이다. 다희양의 아버지 방규열(58)씨가 딸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방씨는 "우리 아이처럼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더 이상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다희양은 평소 시 쓰기를 즐겼다. 투병 생활 동안 수백 편의 동시를 썼다. 아버지 방씨는 2011년 6월 딸이 쓴 시를 한 데 묶어 시집을 출간했다. 올해 두 번째 시집도 출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집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다희양이 작별인사도 없이 부모 곁을 떠나면서다.

방씨는 딸을 떠나보낸 후 보름 뒤인 지난달 16일 경북공동모금회에 전화를 걸어 기부 참여를 문의했다. 모금회와 경북도교육청이 5월 한 달간 백혈병·심장병 등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경북 저소득가정 아동·청소년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모금회는 고인(故人)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제안했고 방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방씨는 다희양의 이름으로 3년 안에 1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방씨는 "우리 아이가 평소 '희망'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딸 아이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늘 희망을 잃지 않고 밝고 씩씩하게 지냈으면 한다"며 "딸 아이의 이름으로 전달될 기부금이 난치병 환아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뜻있게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현수 경북공동모금회장은 "그 어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보다 더 뭉클하고 애틋하며 명예롭게 느껴진다"면서 "갑작스레 소중한 딸을 잃은 슬픔을 나눔으로 추모한 방씨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전했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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