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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끌어 올린 2402 … 하반기도 외국인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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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983년 1월 세상에 나온 코스피가 34년 만에 처음으로 2400선을 밟았다.

실적·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만발 #증권업, 4% 뛰며 무더기 신고가 #외국인 작년 말부터 순매수 행진 #증권사들 줄줄이 전망치 상향

29일 코스피는 장중 2402.8을 찍었다. 종가는 전날보다 13.1포인트(0.55%) 오른 2395.66이다. 종가 기준으로도 이틀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엎었다.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올해 사상 최대치를 넘보는 기업 실적과 새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차곡차곡 반영된 결과다.

주가 추가 상승 기대감에 이날 증권업종은 평균 4.2% 오르며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지주,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이 일제히 올라 모두 신고가를 썼다.

코스피가 눈앞에 두고 있는 또 하나의 신기록이 있다. 30일 50포인트 가량의 급락만 없다면 사상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상승세가 예상된다. 코스피는 지난해 12월을 시작으로, 매달 백자리 숫자를 바꾸다시피했다. 7개월간 상승 폭은 18.2%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7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 가장 오랜 기간 연속 상승한 기록이지만 이번달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뒤엔 외국인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국내 주식을 내리 순매수했다. 7개월 동안 사들인 코스피 주식 규모는 10조35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각각 4조3500억원, 1조1900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에 크게 못 미쳤다.

하반기에도 외국인의 향방이 주가 흐름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직은 추가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가격 면에서 여전히 한국 주식이 다른 주요국 대비 싼데다,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 흐름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외풍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유지되고 있고 한국 기업의 이익 개선 우위를 감안할 때 외국인의 급격한 자금 이탈 위험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줄줄이 하반기 전망을 올려잡고 있다. NH투자증권·KB증권은 2600,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은 2500을 각각 상단으로 잡았다.

관건은 오르는 속도다. 증권업계에선 하반기엔 오르더라도 상반기 만큼 급진적인 상승세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변심’을 불러올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산재해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주요국의 긴축 계획이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보유 자산 축소 및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됐다. 여기 더해 유럽도 서서히 금리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선 외국인이 하루에만 1조원어치 채권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는 금리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한두 국가가 긴축을 시행해도 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여러 국가가 동시에 달려들면 비등점(끓는점)에 도달하는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언젠가는 크게 증시를 뒤흔드는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매력을 높였던 원화 가치 강세도 하반기엔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강세, 달러화 약세 환경에선 주가의 시세 차익에 더해 환차익을 낼 수 있었지만 그럴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경제의 개선 흐름과 미국 견제를 의식한 외환당국의 속도 조절로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엔 원화가 오랜 기간 고평가됐다는 인식과 경상흑자 축소 등으로 연말 달러당 원화 가치가 118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2.9원 오른 1141.1원에 마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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