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 LG가 둥지 틀 정도로, 경기도 변방에서 경제신도시로 거듭나는 평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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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어염리에 공사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동 모습.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이곳에서는 시험가동 기간을 거쳐 차세대 메모리를 생산하게 된다. 김민욱 기자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어염리에 공사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동 모습.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이곳에서는 시험가동 기간을 거쳐 차세대 메모리를 생산하게 된다. 김민욱 기자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여염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벽면을 빨간·노란색의 사각형 등으로 칠해 ‘몬드리안’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공장동이 눈에 들어왔다. 벽면은 길이 500m, 높이 80m로 거대한 캔버스(canvas) 같다. 2015년 5월 첫 삽을 뜬 이 공장동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공장동 주변 타워크레인 사이로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층부가 보였다. 공장동 주변에는 사무동·복지동 등이 들어섰다. 평택캠퍼스 전체 면적은 축구장 400개를 합친 289만㎡다. 이달 시험가동을 마치는대로 차세대 메모리 생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우선 15조6000억 원을 투자한 상태다.

서울 여의도 4.6배 면적인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조감도. [자료 평택시]

서울 여의도 4.6배 면적인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조감도. [자료 평택시]

바로 옆 고덕국제신도시는 오는 2020년말을 목표로 택지개발사업이 한창이다. 네모 반듯하게 정리된 일부 부지 위로는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면적은 1342만㎡로 서울 여의도의 4.6배에 달한다. 13만9675명의 인구를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비교하면 경기도 여주시 전체 인구(11만5202명·지난 4월 기준) 보다도 많다.

삼성, LG 등 국내 대표기업 둥지 튼 기업도시 #조성 중 산단포함 20개 경제 활성화 기대감 커 #여의도 4.6배 크기 고덕신도시 개발로 인구유입 #대중국 무역 관문 평택항에 사통팔달 교통 강점 #"대규모 개발로 삶의 질 감소" 우려 목소리도 # #

미군 주둔지로 잘 알려진 경기도 변방의 평택이 경제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LG전자 로고

LG전자 로고

 진위면 청호리 12만5000㎡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LG전자 디지털파크를 포함해 평택에는 현재 드림테크·고렴·브레인시티 등 8개 산업단지가 조성 중이다. 기존에 운영 중인 산업단지까지 더하면 도내에서 가장 많은 20개다. 지난해 9월 기준 등록된 공장은 2031개사(근로자 7만8000여명)인데 기업 유치 실적에 따라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평택시내 운영 중인 산업단지. 현재 조성중인 8곳이 완료되면 산업단지는 20곳이 된다. [네이버지도 캡처]

평택시내 운영 중인 산업단지.현재 조성중인 8곳이 완료되면 산업단지는 20곳이 된다.[네이버지도 캡처]

지난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7 평택시 투자유치 설명회’에는 500여명의 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평택시는 지리적 위치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연안 산업벨트와 최단거리에 위치한데다 국내 31개 무역항 중 상위 수준의 처리량을 보이고 있는 평택항도 있다. 이밖에 경부·서해안 등 고속도로, 서울 수서를 20분 안에 오갈 수 있는 수서고속철도·KTX등 철도도 뚫려 있다.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평택시는 또 최대 2.4%의 대출금리를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동반성장지원 사업도 벌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처리 물동량 1위인 평택항 모습. [사진 평택시]

국내 자동차 처리 물동량 1위인 평택항 모습. [사진 평택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가동을 앞두고 곳곳에서 산단이 개발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평택시의 설명이다. 또 서울 용산·경기도 의정부에 주둔한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본격화와 도일동 브레인시티내 성균관대 캠퍼스 유치도 기대감을 높이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은 도시팽창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와 함께 대표 도시개발 사업인 소사벌(면적 302만6000㎡·수용인구 4만6415명), 청북(면적 201만6000㎡·수용인구 2만3767명)지구에는 공동주택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도심 곳곳에서는 ‘3240세대 마지막 회사보유분’, ‘평택역 59층 아파트’ 등 분양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평택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87.8% 상승했다.

공재광 평택시장은 “초일류 기업 등이 평택을 선택하면서 대한민국 첨단 산업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2020년이 되면 인구 90만의 대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시 도시지표 변화상. [자료 평택시]

평택시 도시지표 변화상. [자료 평택시]

하지만 급작스런 대단위 개발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현수 평택대(국제무역행정학) 교수는 “다양한 택지개발은 지역총생산 증가 등 효과 외에 부동산 가격과 생활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우 평택사회경제발전소 이사장도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공기질이 악화되거나 교통, 교육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주민과의 문화적 충돌문제 역시 과제”라고 말했다.

평택=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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