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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못 따라가는 한국의 가계부채, 대출자 계속 버티기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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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데 소득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추세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출자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버티기가 어렵다는 점이 자명하다.”

금융연구연 가계부채 컨퍼런스 #“대출자 파산, 차압 막는 방안 필요” #미국 프린스턴대 미안 교수 지적

아티프 미안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저서 ‘빚으로 지은 집’으로 유명한 미안 교수는 28일 금융연구원이 개최한 가계부채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미안 교수는 가계부채의 급증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들의 지나친 낙관과 동물적 본능으로 대출 받는 행태로 인해 경기 하강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경기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해서는 우려와 함께 연체자와 취약 대출자를 위한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미안 교수는 “유사시에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채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며 “(대출 연체가) 대출자의 파산과 (담보로 잡힌 주택의) 차압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엔 현재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 로드맵 등 가계부채 대응방안을 논의 중인 은행과 금융당국 관계자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걱정스러운 건 은행권보다는 상호금융·카드·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먼저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은행이 건전해도 (계열사를 통해)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KB금융그룹의 경우 캐피탈·카드가 있기 때문에 그룹 전체 차원에서 복합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까지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DSR을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LTV 위주인 여신 심사를 DSR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획일적인 DSR 상한선을 제시하진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과장은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의 경우, 금융회사가 이를 ‘면죄부’로 받아들이고 한도 이내에선 상환능력 심사를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며 “DSR에 획일적인 한도 규제를 두는 것은 감독당국 입장에서 매우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DSR을 은행 자율에만 맡기고 방관하겠다는 건 아니다. DSR을 감독지표로 삼아서 은행이 여신심사를 철저하게 했는지는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한선을 제시하기보다는 고(高) DSR 대출의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토록 하는 등 간접적인 규제를 하겠다는 뜻이다.

취약 대출자를 위한 지원방안을 8월 가계부채 대책에 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과장은 “연체자의 부담을 줄이고 한계 대출자의 채무재조정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며 “아울러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서 8월 대책에 최대한 담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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