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국방부에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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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를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27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방부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장하는 대체복무제 도입 계획을 수립·이행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의장에게는 국회에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보완해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형사처벌로 해결할 수 없는 인권 문제이며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19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 양심의 자유 보호 범위 내에 있다.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를 조화시키기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05년 대체복무제 도입을 처음 권고한 이후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 5월 인권위가 새 정부에 요구한 10대 인권 과제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상 대체복무제도 마련'이 포함돼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에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및 대체복무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지난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한 '옥중 기자회견' 퍼포먼스. 홍상지 기자

지난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한 '옥중 기자회견' 퍼포먼스. 홍상지 기자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대체복무제 허용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듬해 12월 대체복무제 도입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부터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인권위는 "최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하급심의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고 그만큼 사회적 공감대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인권위가 실시한 국민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은 46.1%였다. 이 조사가 처음 실시된 2005년에 찬성 의견은 10.2%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대체복무제에 찬성했다.

다만 대체복무제 운영에 대해서는 신청자에 대한 공정한 심사와 판정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대체복무심사기구의 독립적 운영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규정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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