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준용 폭로' 조작, 안철수가 해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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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둘러싼 폭로 조작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당으로부터 조작자로 지목돼 이틀째 검찰 조사를 받은 국민의당 당원은 자신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에서 조작을 사전에 파악한 인사가 있었는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에 사전 보고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당의 공신력과 존폐가 걸린, 용서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당 지도부 폭로 조작 알았는지 관건 #진상규명 앞장서고 석고대죄 해야 #취업 특혜 의혹도 검찰수사 병행하길

그렇지 않아도 이런 허위·조작 범죄가 한 평당원에 의해서만 가능했겠느냐는 의심을 받고 있던 터였다. 더구나 조작 사건과 관계 있는 인물로 거론되는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후보가 영입한 인물이다. 조작 증언을 동원한 공격에 ‘안철수계’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안 전 후보는 조작 여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밝히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게 기본적 도리다. 하지만 그는 말이 없다.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국민의당 역시 단순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어느 선까지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스스로 진상을 규명하고 해명하는 게 옳다.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지도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바닥난 신뢰·도덕성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치인이나 정당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유권자의 믿음을 잃는다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새 정치를 내걸고 출범한 국민의당이다. 속으로 곪아 터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존립 기반이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대선후보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무차별 공격 수단으로 활용한 건 그냥 넘어가도 되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한국 정치의 후진적 구태 중에서도 가장 퇴행적 악습이자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죄 행위다. 선거 제도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안 전 후보와 국민의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를 구하고 관련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당에선 ‘조작 사건은 개인 일탈’이란 선 긋기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니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사과가 꼬리 자르기로 비쳐지는 것이다.

검찰은 한 점 의혹 없이 이번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성역이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을 불신과 의심, 거짓의 한국 정치를 끝장내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문준용씨와 관련된 모든 특혜 논란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증언을 조작했다고 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 자체에 대한 일각의 의심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야권은 검찰이나 특검이 문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동시에 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국회엔 특검법이 발의돼 있다. 모든 진실을 말끔하게 밝히는 게 후진국형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