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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들고 오라, 북한은 압박한다 '트럼프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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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 때 악수를 거절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포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끝낼 때 포옹을 하려는 모디 총리를 받아주며 인간적 우애를 과시했다.

모디 총리와 기자회견서 깜짝 포옹 트럼프 #미국산 무기 24억 달러 구매에 "위대한 총리" #"북한 정권 엄청난 문제" 대북 강경론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AP=연합]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와 모디가 포옹으로 성공적인 만남을 굳혔다”고 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첫 만남은 미국의 대(對)인도 무역적자 등 부닥칠 현안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정작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위대한 총리”로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 미국의 관계는 더 이상 강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디 총리를 치켜세우며 성공적으로 끝난 미-인도 정상회담은 '트럼프 스타일'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①선물을 원한다=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모디 총리를 맞으며 “누구도 미국만큼 군사 장비를 만들지 못한다. 누구도 이에 근접하지 못한다”며 “(미국 장비를 샀다는 소식을 들으면) 항상 기분이 좋다”고 환대했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인도 정부가 요청한 미국산 비무장 드론 및 C-17 수송기의 구매 요청을 승인했다. 약 24억 달러 규모다. 블룸버그 통신은 “모디는 드론, 전투기, 핵 항모 기술 지원 등 무기 구매 리스트를 갖고 워싱턴에 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구호는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Buy American, Hire American)’이다. 모디 총리는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내보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미국산 무기 구매로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인도 시장의 수출 장벽은 제거돼야 하고 인도와의 무역 적자도 사라져야 한다”며 “인도 에어라인(인도 항공사)이 100대의 미국산 항공기를 구매키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고 말했다.

  ②북한을 압박한다=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중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북한 문제를 시급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를 상대로 “인도가 북한 정권에 대한 신규 제재에 동참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하면서다.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압박 기조가 바탕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대북 압박 속에서 대화를 준비하는 게 왜 필요한지를 설득해내는 것이 중대 과제다.

  ③중국 의식해 미국 멀리 말라=트럼프 정부는 그간 중국의 대북 제재를 높이 평가하며 중국을 직접 압박하는 방식을 피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공개 거론하는 등 중국을 상대로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이날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디 총리를 치켜 올린 속내를 놓고 인도와 중국의 전략적 경쟁 관계를 염두에 둔 때문이라는 설명이 외신에 등장했다. 트럼프식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를 이용해 다른 오랑캐를 다스림) 전략이다. AP 통신은 “워싱턴과 뉴델리는 중국이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는데 대한 공동의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를 놓고 워싱턴 조야와 트럼프 정부 일각에 퍼진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는게 또 다른 과제다. 이날 하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행사에서 워싱턴내 싱크탱크의 한 젊은 연구자는 “한국 정부가 사드를 늦추는 이유가 환경영향평가 때문이라는 데 X밴드 레이더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봄에 다르고 겨울에 다른가”라며 “사계절, 즉 1년 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이유가 실제로는 중국을 의식해 사드 배치를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많다”고 주장했다.

  ④가족을 챙겨주기 원한다=트럼프 시대를 맞아 외국 정상들이 워싱턴을 찾을 때는 트럼프 가족을 챙기는 게 사실상의 불문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메르켈 총리도 지난 3월 방미때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에 초청했다. 다음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국 당국은 이방카 이름의 패션 브랜드 48건에 대한 상표권을 무더기로 승인해줬다. 모디 총리 역시 이날 이방카를 인도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에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내 딸 이방카를 초청해 올 가을 인도에서열리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GES)’의 미국 대표단을 이끌도록 해 준데 대해 기쁘다”고 기자회견 도중 밝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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