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갑질’ 혐의 미스터피자 회장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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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26일 서울 방배동 그룹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읽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26일 서울 방배동 그룹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읽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가맹점 ‘갑질’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MP그룹 회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26일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방배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제 잘못으로 검찰 수사까지 이르게 된 데에 사죄드린다”며 “(보복 출점) 논란이 된 이천점과 동인천역점은 즉시 폐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식자재 공급에 친인척을 배제하고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투명하게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각계 전문가와 가족점 대표, 소비자 대표로 이뤄진 미스터피자상생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우현 회장 “책임 통감, 사죄드린다” #“식자재 공급에 친인척 배제할 것” #성주디앤디 김성주 회장도 물러나

정 회장의 사퇴는 검찰이 MP그룹과 치즈 공급 업체 2곳을 압수수색한 지 닷새 만이다. 정 회장은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끼워 가맹점에 비싸게 치즈를 공급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열고 할인 정책을 펴 ‘보복 영업’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MCM을 제조·유통하는 성주디앤디 김성주 회장도 지난 1일 자로 국내 계열사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성주디앤디 관계자는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 시장을 맡고, 국내 경영은 윤명상 대표가 전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맨콜렉션 등 MCM 가방을 공급하는 납품업체 4곳은 성주디앤디가 12년간 한번도 납품가의 마진을 올려주지 않았다며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7일로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김 회장이 아닌 윤 대표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일본·유럽 등 해외 출장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대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63) 전 회장도 CCTV 영상 공개 4일 만인 지난 9일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 최 전 회장을 소환해 수사한 경찰은 이번 주 내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들은 소비자 불매 운동과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매출 하락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가맹점주를 위한 마땅한 법적 보호 장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오너들은 경영 일선 퇴진과 상생위원회를 통한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가맹점주에게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 16일 “2주 동안 한시적으로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 공급가를 내린다”고 했지만, 말 그대로 임시방편 대책일 뿐이다.

최근 수년간 구설이 끊이지 않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정신적인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다.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 김은경 회장은 “이제는 정말 잘 해보려 했는데 검찰 수사까지 겹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지난 4월 정 회장은 경비원 폭행 사건은 미스터피자 브랜드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이후 60여 곳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국회, 가맹점주 보호 ‘호식이 배상법’ 추진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프랜차이즈 오너의 일탈로 인해 피해를 본 가맹점주들을 지원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20일 발의했다. 이른바 ‘호식이 배상법’이다. 법안은 가맹본부와 경영진이 가맹사업 전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가맹계약서에 경영진의 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조항을 담도록 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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