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신격호와 무시당한 신동주...롯데 '신동빈 체제' 단단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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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신동빈 원톱 체제’가 더 공고해졌다. 24일 오전 도쿄 신주쿠 하쓰다이 본사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서다. 이날 창업주인 신격호(95) 총괄회장은 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신동주(63)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경영 복귀와 자기사람 심기에 실패했다.

24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열려 #신격호 퇴임 후 명예회장 선임키로 #경영복귀 노리는 신동주 안견은 부결

2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주주총회 결과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사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직을 퇴임하고 명예회장에 취임한다. 1948년 롯데 창립 이후 70년만에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되는 셈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ㆍ일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월 20일 서울중앙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월 20일 서울중앙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앞서 신 총괄회장은 주요 계열사의 이사직도 임기 만료에 따라 잇따라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는 롯데알미늄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8월에 물러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신 총괄회장은 48년 도쿄에서 껌 회사인 롯데를 창업했다. 초콜릿과 캔디, 아이스크림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일본의 종합 제과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67년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국내 사업을 시작해 국내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퇴임은 그룹 경영에서 배제한다는 측면 보다는 한정후견인 지정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초 대법원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한바 있다. ‘한정후견인’은 노령ㆍ질병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률 행위를 동의ㆍ대리하거나, 신상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 자다.

주총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안건으로 제시한 4명의 이사 선임건과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건, 1명의 감사 선임건도 모두 부결됐다. 대신 신동빈(62) 회장 등 사외이사 2명을 포함한 8명의 이사가 재선임 됐다. 주주들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손을 확실히 들어준 셈이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주총 표 대결에서 ‘형제의 난’이 시작된 이래 지난 2015년 8월과 지난해 두 차례(3ㆍ6월) 이기며 지배권을 공고히 했다. 여기에 이번 주주총회에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퇴임이 결정됐고, 신 전 부회장은 제시한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경영 복귀의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현실적으론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쉽지 않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경영복귀 때까지 안건을 계속 상정한다'는 이른바 ’무한 주총‘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28.1%)의 대주주인 점을 감안할 때 안건 상정 자체를 막기 힘든 상황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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