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표창원이 본 연쇄 살인마 정남규가 자살한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사진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 방송 캡처]

[사진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 방송 캡처]

프로파일러 출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연쇄 살인마 정남규와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표 의원은 22일 방송된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에 출연해 프로파일러 시절 혼란과 두려움, 공포심을 갖고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살인사건은 보통 세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원한, 치정, 거액의 돈이 걸려있다"며 "또는 약에 취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닌 한 일어나기 어려운데 그런 동기가 보이지 않는 사건이 계속 생겼다"고 말했다.

수법이나 흔적이 유사해 동일범에 의한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여러 명의 피해자가 같은 원한으로 얽혀있을 가능성은 적었다. 현장에 현금이 있는데도 놔두고 간 것으로 봐서 거액을 탈취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범행 수법이 잔인한 것으로 보아 보통의 살인사건이 아닌 이상심리를 가진 사이코패스 연쇄살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고 표 의원은 전했다.

표 의원은 이어 "그 시기에 유사한 형태의 살인 동기 없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방식이 너무 달랐다"고 설명했다.

범행 현장은 집안과 거리로 차이가 있었고, 흉기도 둔기(망치)와 예기(칼)로 달랐으며 대상도 달랐다. 한 사람의 연쇄살인범이 전혀 다른 수법으로 동시에 연쇄살인을 저지른 예는 전 세계적으로 없었다. 변화시켜나갈 수는 있지만 동시에 완벽한 다른 방식이 사용된다는 건 프로파일링 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기에 결국 대한민국 사회에서 동시에 서로 다른 두 명의 연쇄살인범이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결국 서로 별개의 사건이었고 한쪽은 노인과 여성 등 20여명을 연쇄살해한 유영철이었으며 다른 쪽은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정남규였다.

[사진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 방송 캡처]

[사진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 방송 캡처]

표 의원은 정남규와 면담하면서 "얻는 것도 없고, 피해자는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인데 왜 이런 살인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당신이 프로파일러니까 당신이 나에게 알려주쇼. 내가 왜 그랬는지"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매일 살인을 한 것도 아니고, 늘 살인을 하고 살아온 것도 아닌데 어떻게 살인을 했냐는 질문에 정남규는 "어느 날 일어나면 뱃속 가슴 깊이 묵직한게 욱 하고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기분이 나빠서 어떻게든 털어내야 하는데 어떤 노력을 해도 안되더라"며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살인했는데 (그 느낌이) 삭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고 표 의원은 전했다.

또 정남규는 법정에서 판사에게 "나를 빨리 사형시켜달라. 안 그러면 난 지금이라도 또 사인을 하고 싶어서 죽겠다"며 "나를 내보내주면 나는 100% 또 살인한다. 지금도 피냄새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후 정남규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는다.

표 의원은 이에 대해 "자살이라고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나는) 정남규가 교도소에 있어 살인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못 찾으니까 자기 자신을 살해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표 의원에 따르면 정남규는 어린 시절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그 충격으로 침울해했고, 이로 인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폭행을 당해 트라우마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 개인만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 배경, 사회의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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