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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원 플랫폼 ‘체인지’ 196개국서 1억8000만 명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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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청원(petition)은 국민의 자유로운 제안을 제도적으로 수렴하는 하나의 보완 방안이다. 시민은 과거처럼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고 대표자인 국회의원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머무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생산하고 있다. 정부나 정당 등 제도권 반응은 늦고 대의 내용이 시민의 뜻과 멀어져 제도 불신과 대표성 위기를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진화하는 스마트 민주주의 #미국 백악관 사이트 ‘위 더 피플’ #6년간 청원 48만 개, 4000만 명 서명 #‘눈더미가 눈사태 되는 각도’ 뜻 담긴 #‘38디그리즈’ 청원 4000만 건 육박

IT 청원 방식은 단순한 기술 수단 사용 차원에서 더 진일보하고 있다. 온라인 청원(online petition), 전자청원(e-petition), 인터넷 청원(internet petition)을 거쳐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청원(smart petition)으로 진화 중이다.

스마트 청원은 웹사이트(혹은 모바일 서비스)에 의제를 제안해 동의자의 서명을 받거나 의견 투표를 통해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과 같이 문제 해결을 원하는 기관에 제출하는 복합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1990년대 후반 e메일을 통한 개별 청원에서 시작해 2000년대 중반부터는 소셜 미디어나 오프라인 활동과 연계해 통합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이슈화의 강도와 범위, 가시화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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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영역에선 체인지(change.org), 아바즈(Avaaz), 38Degrees 등의 글로벌 청원 플랫폼(platform)이 있다. 정부 스마트 청원 사례로는 미국 ‘We the People’, 영국·스코틀랜드의 ‘e-petitioner’, 호주 퀸즐랜드 의회, 독일 연방의회, 우크라이나 의회 등의 사례가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청원 플랫폼인 체인지는 2007년 미국에서 설립돼 오바마 정부 체인지닷거브(Change.gov) 서비스의 모티브가 됐다. 2017년 2월 말 현재 1억8000만 명이 참여했다. 영국에선 인구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600만 명이 이용했고, 총 196개국에서 1만6695개 청원이 제시돼 시간당 1개의 청원이 제기되는 성과를 거뒀다.

아바즈(http://www.avaaz.org)는 시민 스스로 전 세계의 중요한 사안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글로벌 온라인 행동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국경을 초월한 세계시민주의적 관점에서 인권·식량·환경 등 주요 문제를 발굴해 이슈화하는 것이 목표다.

2009년 영국에서 시작한 38디그리즈(https://home.38degrees.org.uk)는 2017년 5월 현재 250만 명의 회원이 있으며 3964만9749건의 청원을 진행했다. ‘38도’란 눈더미가 눈사태가 되는 각도로, 시민 개개인의 힘이 모여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미국 백악관 청원 서비스로 시작한 ‘위 더 피플(We the People·https://petitions.whitehouse.gov)’은 전 세계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2011년 2900만 명으로부터 48만 개 청원에 4000만 명이 서명했다. 주로 법안이나 세금에 관한 청원이 다수이고 물질적 보상은 없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율이 높다. 2004년 영국 정부는 ‘지역 온라인 민주주의 프로젝트(Local e-Democracy National Project)’ 차원에서 온라인 청원을 제도적으로 공식 채택했다.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