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민간부문까지 모두 정규직화 하라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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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앙일보 최고경영자 과정인 J포럼 총원우회 주최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22일 열린 조찬강연에서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중앙일보 최고경영자 과정인 J포럼 총원우회 주최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22일 열린 조찬강연에서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민간까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확 바꾸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왼쪽 타이어는 정규직이, 오른쪽은 비정규직이 끼우는데 한 사람은 100을 받고, 한 사람은 50을 받는 건 불공정하다. 정부가 이 격차를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타협과 법제화를 통해 투명하게 추진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일보 J포럼서 조찬 강연 #“사회적 타협 통해 투명하게 추진 #어느 정부보다 과감히 규제 없애 #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 키울 것”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완급 조절을 시사했다. 중앙일보 최고경영자 과정인 J포럼 총원우회(회장 이병권) 주최로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22일 열린 조찬강연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경제’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이 부위원장은 “계절성이 있는 일, 외부에 맡기는 게 불가피한 일이 있고, 파트타임 근로를 본인이 선택했을 수도 있다”며 “7월 중 전면적 실태조사 통해 맞춤형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 정부 방침을 지키되 민간 부문은 시장의 충격이 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것과 관련, “상시적이고 안전과 관련된 업무는 정규직 일자리로 돌리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원칙과 범위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부위원장은 또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이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연에서 이 부위원장은 J노믹스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J노믹스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의 양은 늘리고, 질은 높여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단 1원의 국가 예산이라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위원장은 고용영향평가를 강화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 나서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청년고용의무제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앞으로 5년은 청년 고용 여건이 가장 나쁜 시기인 만큼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통과도 강하게 촉구했다. 이번 추경안이 법적 요건을 못갖췄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지금이 바로 실업대란”이라며 “일자리 창출이란 뚜렷한 목표를 가진 일자리 추경”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등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봄이 왔는데 겨울 옷을 입고 있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시대가 변한만큼 생각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고, 치료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미미하면 그건 좋은 약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정책지지를 호소했다.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에 관한 입장은 확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역대 정부가 민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왔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고, 기업의 낙수효과는 사라졌는데 이런 게 바로 시장의 실패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금까지 안전·복지·보건·의료 분야에서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민간기업의 기를 살리는 발언도 나왔다. ‘아무래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는 한 청중의 질문에 이 부위원장은 “정부가 너무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겠지만 급속한 양극화와 고통 받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정책 추진을 미룰 수 없다”며 “속도를 내겠지만 어느 정부보다도 과감하게 규제를 없애고, 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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