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집단 성폭행에 항소심서 형량 가중…법원,"분노가 치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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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도봉구의 한 산에서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들이 2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가해자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주범들 형량 1년씩 늘려 6~7년형 #"팔만 잡았다"는 공범 집유 취소 법정구속 #재판부 "일본군 위안부 사건 생각나"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함상훈)는 22일 특수 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22)씨와 정모(21)씨에게 징역 7년을, 김모(22)씨와 박모(21)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1심과 같은 형이었지만 정씨와 박씨, 김씨는 1년씩 형량이 늘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김모(22)씨는 이날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김씨는 1심에서 성행위를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돼 집행유예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이 강간할 때 팔을 잡아주고 도와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집행유예 형을 받았던 또다른 김모(22)씨는 1심의 형이 유지됐다.

한씨 등은 고등학생이던 2011년 9월 서울 도봉구의 한 산에서 당시 중학생이던 여학생 두 명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1차 범행을 저지른 지 8일 만에 친구들을 동원해 두 여학생을 또 불러냈고 2차 범행에서는 1차 범행 때의 6명을 포함해 무려 22명이 성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2차 범행에 가담한 16명 중 11명은 군 복무 중으로, 군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5명은 1심에 이어 이날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두 여학생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사건 발생 5년 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강한 분노를 표했다. 재판부는 “수사기록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서 ‘과연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어린 중학생들을 밤에 산으로 끌고 가 자신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옆에서 성폭행을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줄을 서서 성폭행을 하려고 기다렸다는 기록을 보며 일본군 위안부 사건이 생각났다. 피해자들이 무서워서 집 밖에 못 나가고 자살 기도도 여러번 하는 동안 피고인들은 그런 짓을 하고도 웃고 떠들고 지내왔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6년 전 여중생 두 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모(22) 등 주범 3명이 징역 6~7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

6년 전 여중생 두 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모(22) 등 주범 3명이 징역 6~7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

그러면서 “범행 당시 성년이었다면 훨씬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을 것”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씨 등이 범행 당시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단기 5년 장기 10년 이상의 형은 선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판결을 마치자 가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부모들은 “어떻게 형이 더 무거워지냐”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소리쳤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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