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야하는데, 치매 어머니 돌봐줄 사람이 없다” 입대 앞둔 아들의 사연에 병무청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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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교통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사진 한국교통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아들 이름은 ○○○, 우리 집은 ○○○…’ 주말에 집을 정리하면서, 어머니 공책에 이런 식으로 적어놓은 것을 보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7시 52분쯤 충북 충주의 한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는 홀어머니를 두고 군 입대를 해야하는 한 젊은이의 글이 올라왔다.

병무청 “게시자 찾아서 적극 돕겠다”

익명으로 올린 이 글에 따르면 게시자는 “이제 군대를 가야하는 2학년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군대를 다녀오선 선배님들”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가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정말 열심히 일하셔서 저를 키웠다”며, “시험이 끝나고 집에 가서 여느때와 같이 어머니와 밥을 먹는데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치매)에 걸리셨다고 우물쭈물 이야기를 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전혀 몰랐다. 어머니가 가끔 출근시간을 잊어 출근을 못하셔도, 컵 없이 물을 따르는 모습을 봐도 가끔 집이 어지러져 있어도 설마 설마 했다”며, “20년 동안 저를 밤낮없이 일하시면서 키워주신 어머니가, 항상 저를 지켜주실 것 같던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하시니까 밥을 먹다 체할 정도로 울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그는 집을 정리하다 어머니가 평소 써 온 공책을 발견했고 거기에 자신의 이름과 집 주소를 잊지 않기 위해 적어놓은 것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달 뒤에 군대에 가야 하는데 그런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며 “군대를 가서도 저의 상황을 이야기하면 정기적으로 휴가나 부모님을 돌볼수있게 도움을 받을수 있을지. 정말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며 글을 마무리 했다.

이러한 사연이 네티즌 사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는 가운데 병무청이 글 게시자를 찾아 적극 돕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병무청 관계자는 21일 “딱한 사연을 알게 된 뒤 해당 대학 학생 중 (입대 영장이) 통지된 사람들을 전산으로 조회하고 있다”며 “사정이 딱한 만큼 신속하게 게시자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대학을 관할하는 충북지방병무청에는 별도로 게시자 인적 사항이 확인되는 대로 직접 거주지나 대학으로 찾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무청은 글을 올린 학생의 연락도 기다린다고 전했다. (☎ 병무청 콜센터ㆍ1588-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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