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또 남탓 “당 추락할 때 난 촌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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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원내 투쟁만 제대로 해주면 연말 지나서 국민이 운동권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원내 투쟁만 제대로 해주면 연말 지나서 국민이 운동권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20일 당 대표 후보자들을 불러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에 참석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당 쇄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여전히 ‘남 탓’으로 일관했다.

초·재선,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 #같은 당서 의원·지사·대선후보까지 #“입당해 누릴 거 다 누렸다”면서도 #위기 처한 당에 무책임한 태도 일관

▶신보라 의원=“계파 탓, 좌파 탓, 언론 탓을 많이 한다. 그것이 우리 당을 더 병들게 하고 국민을 더 싸늘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 당의 추락 과정에 책임이 있다. 당의 추락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홍 전 지사=“당의 추락 과정에서 나는 뭐했나. 나는 촌에 있었다. 여러분들이 하시는 활동을 촌에서 보고 있었다. 질문을 하기 전에 내 자신이 그때 뭐했는가, 그것도 한 번 생각해 봐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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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지사는 1996년 신한국당(자유한국당 전신)에 입당해 국회의원 네 번, 경남도지사 두 번을 했다. 대통령 후보로도 나섰다. 그의 표현대로 “입당해서 누릴 거 다 누려 본 사람”이다. 그런 홍 전 지사의 입에서는 이후에도 “내가 (당의 추락 과정에) 관여한 일 없다”는 말만 계속 나왔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외부 인사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혁신안을 밝혔다. 하지만 혁신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이야기하면 표가 떨어진다”고만 답했다. 당의 사무처에 대해서도 “정리해고가 필요하다”며 “개혁 방안은 있지만 사무처 직원들이 투표권이 있어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홍 전 지사가 속 시원하게 밝힌 당 쇄신안은 ‘당협위원회 손보기’였다. 홍 전 지사는 “정치는 전쟁이고, 전쟁엔 전사가 필요하다”며 “253개 지구당을 전부 재심사하고 내년 1월 말까지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자유한국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당협위원장 줄 세우기에 나섰다”는 우려가 나왔다.

홍 전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독설은 이날도 나왔다. 홍 전 지사는 바른정당에 대해 “자유한국당에서 떨어져 나온 기생정당”이라고 평가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우리끼리 총질해 가지고 큰 사람” “나이가 60이 돼도 소장 개혁파라고 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만 제대로 쇄신이 되면 대부분의 분들은 돌아올 것으로 확신을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홍 전 지사가 바른정당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다면 누가 들어올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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