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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디지털 시대, 인문학이 갖는 의미는…진중권이 말하는 ‘테크노 인문학’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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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대’ 시리즈 북리뷰 3편, 『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by 김현석·전하나·조민경

두꺼운 700쪽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을 21세기의 학생들에게 읽게 했을 때, 과연 이 고전을 통해 교양을 얻는 기쁨을 느끼는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 몹시 지루한 표정으로 읽거나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포기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몇 년 전에 나왔던 드라마도 다시 볼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바쁜 일상 속에서 길고 긴 고전을 기꺼이 읽겠다는 학생들은 애초에 그렇게 많지도 않을 것이다. 대중 매체와 전자 기기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청소년들을 보고, 도통 독서에 취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몰상식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두꺼운 인문학 고전들을 읽지 않는다고 무작정 청소년들의 인문학 기피 현상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과 몇 십 년 동안 매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자라온 지금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매체가 훨씬 익숙한 '디지털 세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많은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책보다는 스마트폰에, 시보다는 광고 카피들에 더 친숙함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독서를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며 살아가던 어른들과 달리 현재의 청소년들은 인문학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서 성장한 것이다. 과연 이렇게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인문학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은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인문학에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을 '공부의 시대' 시리즈(창비) 중 진중권 편인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진=창비]

[사진=창비]

책은 ‘디지털 시대에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를 다루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인문학을 어떠한 시선으로 보고 해석하며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진중권은 미학을 전공했고 대학에서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지내기도 했으며 인문학에 대한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현대 사회를 ‘인문학의 위기’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인문학의 위기’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인문학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분명 인문학 역시 형식적·내용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우리는 인문학의 위기에 진보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환경 또한 바뀌었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 옛 것을 추구하는 것은 분명 우리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처 방식을 변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저자 진중권은 디지털 기술이 명확하게 우리의 생활 세계를 바꾸어 놓았고 이 변화한 현실에서 인문학의 주제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인문학은 테크놀로지와 연동되어 미래학적인 성격을 갖추어가는 과정에서 세계 제작학으로 그 성격이 변화하였고, 세계 제작에 신선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테크노 인문학'으로 세계를 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e-ink 패널을 이용해 가독성이 뛰어난 전자책의 출현으로, 독자는 디지털 시대의 책과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e-ink 패널을 이용해 가독성이 뛰어난 전자책의 출현으로, 독자는 디지털 시대의 책과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인문학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매체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새로운 미디어로 인문학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인문학이 위기에 처했다는 비평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의 디지털 시대는 인문학이 새로운 길을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지식을 얻기 위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야 하는 문자 문화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핸드폰이나 전자책으로도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옛날의 인문학을 새롭게 바꿔놓았다.

우리는 인문학을 옛날의 방식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인문학을 그저 지루한 학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매우 중요한 원동력으로 보아야 한다. ‘21세기 인문학’은 유의미한가? 유의미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만이 의미 있는 것일까? 비록 경제적으로 직접적 이득을 볼 수는 없어도 과학의 맹목적인 발전에 방향을 잡아주고 중심이 되어주는 인문학. 어쩌면 이것이 과학의 시대에서 우리가 인문학에 집중해야 할 이유다. 만약 아직도 인문학을 그저 어렵고 재미없는 딱딱한 학문이라고 여기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글=김현석·전하나·조민경(인천국제고 1) TONG청소년기자 인천국제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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