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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회의, 대법원장에 ‘사법행정권 남용 인정’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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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전국 각급 법원의 직급별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100명의 판사가 참석했다. 이날 법관회의에서는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의장으로 선출했고, 법원행정처가 법관 연구모임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의결했다. [조문규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전국 각급 법원의 직급별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100명의 판사가 참석했다. 이날 법관회의에서는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의장으로 선출했고, 법원행정처가 법관 연구모임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의결했다. [조문규 기자]

법원행정처가 법관 연구모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직접 추가 조사를 하기로 19일 의결했다.

100명 참석, 대표회의 상설화 주장 #“블랙리스트 의혹 직접 조사” 의결 #관여한 행정처 담당자 문책 요구도 #“절반이 인권법연구회” 대표성 논란

송승용(법관회의 대변인)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기획·의사결정·실행에 관여한 사람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그리고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비롯한 여러 의혹을 완전하게 해소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법관회의 산하에 조사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원인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맡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법원의 직급별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100명이 모두 참석했고, 의장으로 인권법연구회 소속인 이성복(57·사법연수원 16기)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3월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을 주제로 인권법연구회의 학술모임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사건은 ‘연구회원인 이탄희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 의혹→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확산됐다. 지난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연구모임 중복 가입 금지조치 등 인권법연구회 활동 방해 의혹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근거가 명확지 않은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법원 안팎에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관회의 구속력 없어 실현 여부 불투명

법관회의는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전 차장을 연구모임 활동 방해 책임자로 지목하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또 법원행정처 대책회의에 참석하며 인권법연구회 활동 견제에 관여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문책 계획도 밝히라는 요구를 담기로 했다. 대법원장에게 법관회의를 상설화하는 대법원 규칙을 제정하라고 요구한다는 결론도 나왔다. 법관회의의 내용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실현 여부는 양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송 대변인은 “대법원장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건으로 준비됐던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 제한 및 법관 인사평정제도에 대한 토론은 7월 24일로 정한 2차 회의에서 계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오전 10시부터 10시간 남짓 계속된 회의에선 ‘부장판사’ 등 직급을 생략하고 호칭을 ‘판사’로 통일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부장판사는 “중립적 제안을 내면 인권법연구회 측의 집단 공세로 이어져 말할 의욕을 잃었다”고 말했다. 반면 인권법연구회원인 한 판사는 “사전 논의에선 조용하던 사람들이 반대의견을 고집해 논의 진행 속도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법관회의는 전국의 각급 법원별로 판사회의를 거쳐 대표를 선출하는 상향식 회의 구성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회의의 대표성에 대한 논란은 진행 중이다. 서울고법 등 일부 법원에서 판사회의 없이 법관회의 참석자가 선정된 데다 법관회의 참석자 중 “절반이 인권법연구회다”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권법연구회원은 약 3000명의 전체 판사 중 480여 명(약 16%) 정도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주도하는 흐름에서 표결마저 거수로 한다면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했겠느냐”고 말했다.

임장혁·유길용·손국희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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