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봉급자 불만 반영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부가 입법예고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40년 가입자 기준으로 연금 수령액을 평균소득의 60%에서 2008년 이후 50%까지로 낮춘다는 것이다.

동시에 소득의 9%인 현행 보험요율을 2010년부터 5년마다 1.38%포인트씩 올려 2030년에는 15.9%까지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 내고 덜 받아가게 하자는 방안인 셈이다. 노동계는 덜 받게 된다는 점에서, 재계는 기업이 절반을 부담하는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는 점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입자단체로선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연금개편은 시급하고도 불가피하다. 만일 지금처럼 조금 내고 많이 받아가는 식으로 방치한다면 2047년에 연금 재원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세대는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있어 불이익을 피하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대는 피해를 보는 결과가 된다. 현세대의 이익을 위해 연금개혁을 외면한다면 훗날 '무책임한 선조'라는 원망을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겠지만 정부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다만 정책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 봉급생활자만 봉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역가입자 절반 이상이 실제보다 낮게 소득을 신고하고 여기에 맞춰 보험료를 내고 있지 않은가. 현재 34%에 불과한 자영업자 소득자료 파악률을 높이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실효성있는 대책이 긴요하다.

아울러 공적 연금 간 형평성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연금 수령액을 14%나 올렸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대폭 깎아 최소한의 노후 생활 비용조차 안될 정도인데, 다른 연금의 수령액은 올린다면 어떤 국민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것인가.

더구나 공무원.군인 연금은 만성적인 적자 상태며, 국고보조까지 받고 있으니 마땅히 메스를 가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국민연금 개정은 흔들림없이 추진하되 정책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