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환자들에 잡일 시키고 '시급 300원' 지급

중앙일보

입력

정신 질환으로 입원한 장애인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일해온 전남의 한 정신병원 세탁실.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환자복 세탁과 수선 작업에 동원됐다. [사진 전남지방경찰청]

정신 질환으로 입원한 장애인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일해온 전남의 한 정신병원 세탁실.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환자복 세탁과 수선 작업에 동원됐다. [사진 전남지방경찰청]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일을 시키고도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병원장이 적발됐다.

전남경찰청, 전남 모 병원장 의료법 위반 등 혐의 입건 #배식, 병원 청소, 환자복 세탁·수선, 간병 등 업무 동원 #시급 300원~2000원 적용…1억 넘게 덜 주고 혐의 부인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장애인들에게 병원 일을 시킨 혐의(의료법 위반)로 모 정신병원 병원장 A씨(62)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의 병원에 입원 중인 B씨(53·여) 등 정신장애인들에게 병원 일을 시킨 뒤 임금을 착취한 혐의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B씨 등은 배식, 병원 청소, 환자복 세탁·수선, 중증환자 간병 등 업무에 동원됐다.

A씨는 병원 직원을 대신해 업무를 한 B씨 등에게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시급 300원~2000원을 적용해 ‘간식비’ 명목의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확인한 미지급 임금은 1억2817만원이다.

A씨는 경찰에서 “입원 환자들에게 노동을 강요하지 않았고, 자발적인 봉사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 등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계획과 프로그램에 따른 치료행위가 아닌 노동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회계 내역상 2014, 2015년 2년간 영업수익이 13억8000여만원에 달하는 병원 측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직원들을 채용하는 대신 환자들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임금 지급을 위해 관할 노동청에 해당 병원을 통보했다. 또 세금 탈루 여부에 대한 조사를 위해 관할 지방국세청에도 알리기로 했다.

무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