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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내 욕심 탓, 옥자 극장상영 논란 불러 죄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왜 이런 논란이 생겼을까. 나의 영화적 욕심 때문이다. 피로감을 느낀 분들께 죄송하다.”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룰 정리되길” #틸다 스윈튼 “옥자 데리고 고향 온 듯”

봉준호 감독이 1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영화로 오는 29일 온라인·극장 동시 개봉이 확정된 ‘옥자’에 대해 멀티플렉스들이 개봉 불가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에 진출했을 때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때는 프랑스 법이 정리가 안됐기 때문이었다”며 “국내 논란은 양상이 다르다. 멀티플렉스와 넷플릭스 측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양쪽이 모두 타당하지만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싶은 욕심이 갈등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안서현,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왼쪽부터). [양광삼 기자]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안서현,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왼쪽부터). [양광삼 기자]

그는 또 “칸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규칙이 만들어진 것처럼, 한국에서도 ‘옥자’를 계기로 업계의 룰이 다듬어질 것 같다. 영화가 영화 외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이 영화가 타고난 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옥자’는 멀티플렉스는 아니지만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에서 상영된다. 전국의 정겨운 극장들을 찾아가 볼 기회다”라며 “그 상황 자체가 만족스럽고, 작지만 길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설국열차’에 이은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드는 메커니즘은 동일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괴물’ 때도 호주·뉴질랜드·미국의 특수효과팀, 시각팀과 일을 했고 자연스럽게 그런 방식에 적응됐다.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의 차기작 ‘기생충’은 송강호 주연으로 100% 한국어 영화다.

이날 간담회에는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안서현, 변희봉 등 주요 배우들도 참석했다. ‘설국열차’에 이어 또 한 번 봉 감독 작품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은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다. 아름다운 ‘옥자’를 고향인 한국으로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한국영화인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스윈튼은 또 “‘옥자’는 범우주적인 성격을 지닌 영화”라며 “봉 감독은 영화를 절대 일반화시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봉 감독은 나의 우상이며 형제”라고 극찬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도 “제가 태어난 국가에 영화인으로 오게 돼 영광” 이라고 말했다. ‘옥자’에서 케이 역을 맡은 그는 “문화적 경계에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케이는 저”라며 “모든 이민자들이 겪는 외로움과 경험을 이번 영화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옥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거대동물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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