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쏘던 북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 시급히 취하라"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6ㆍ15공동선언 17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조평통 성명

조평통 성명

북한 내각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이선권)는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부터 시급히 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북)의 변함없는 입장임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며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평화를 원한다면 조선반도 평화의 가장 공고하고 현실적인 담보인 우리의 자위적 핵무력을 무지하게 걸고들 것이 아니라 미국의 침략적이며 호전적인 망동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부터 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615 공동선언 기념일 하루 앞두고 대남기구 성명 발표 #"자위적 핵무력 걸고들지 말고,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 실천하라" #"제재와 대화, 압박과 접촉은 자기기만", 대북정책 기조 수정 요구 #미국과 접촉하며 한국엔 식당 종업원 송환 요구 이어 기선 제압?

그러면서 “서해 열섬지역(서북 5도)에서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NLL)을 고수하겠다고 무모한 군사적 도발행위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군사분계선 일대를 비롯하여 지상, 해상, 공중에서 무력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실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지난 1월 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한 해의 정책 구상을 밝히는 신년사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북과 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충돌과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언급과 같은 맥락이다.

조평통은 그러나 구체적인 ‘조치’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자위적 핵 무력을 걸고들 것이 아니라”거나 “미국의 침략적이며 호전적인 망동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언급을 고려하면 북한 핵을 인정하고, 한미연합 훈련 중단을 주장하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현재 한반도의 위협이 되고 있는 핵은 자위적인 조치라고 하면서도, 한국의 방어 훈련인 한미연합 훈련 중단을 요구해 왔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핵을 인정하거나 한미연합 훈련 중단을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부분인만큼 북한의 의도를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제재와 대화, 압박과 접촉의 그 무슨 ‘병행’에 대하여 떠들며 관계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추태이며 명백히 자기기만”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각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븍한은 지난달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대북정책 기조에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북한은 현 정부 들어 북한주민 접촉을 허용하고, 민간인들의 방북을 유연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6ㆍ15 공동 기념행사에 난색을 표하거나,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의 방북을 불허했다. 반면, 13일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하고,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의 방북후 억류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석방했다.

북한이 이날 조평통 성명을 통해선 "6.15공동선언은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변함없는 민족공동의 통일대강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사실은 6ㆍ15를 기해 미국과 활발한 접촉을 하면서 한국을 배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북한의 입장에 대해선 기선제압용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많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遺訓)이자, 국제사회로 향하기 위한 돌파구”라며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한국이나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공세적인 입장을 보임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드려 보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선 맹목적인 비난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선 한국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입국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을 것이라는 공세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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