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바꿀 두 갈래 혁명, 자율주행과 친환경…두 혁명가에게 길을 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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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분야 전반에서 ‘제4차’라는 이름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쪽에선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다. 미래 자동차는 누가, 무엇으로 움직일까.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만나 길을 물었다.

'상용화 가능한 자율주행차' 만드는 서울대 이경수 교수 #"한국 자율주행 기술, 글로벌 선두 그룹과 1~2년 차이" #"자율주행차는 종합 예술…정부가 협업 '판' 만들어줘야"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한 현대차 김세훈 이사 #"수소차 기술적 준비는 끝났다…인프라 구축만 하면 돼" #"수소차는 오염 공기 빨아들여 정화하는 공해 '마이너스'

“자율주행차 발전하려면 정부가 ‘친구’ 찾아 줘야”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차 고속도로 시험주행을 성공시켰다. 지난 4월엔 자율주행 안전제어 기술 관련 논문으로 2017년 미국자동차공학회 최고논문상을 받았다. 약 2000여편의 자동차 분야 논문 중 단 한 편을 뽑아 주는 상이다.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서울대 자율주행차. 윤정민 기자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서울대 자율주행차. 윤정민 기자

-한국 자율주행 기술, 어느 정도 수준인가?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보면 레이더 센서, 카메라 등으로 정보를 모으는 인지 기술과 이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자동차를 제어하는 판단ㆍ제어 기술로 나뉜다. 이 중 판단·제어 기술은 세계 수준에서 별로 뒤쳐지지 않는다. 다만 센서 등은 전문 업체 수도 적고 기술도 부족하다. 기존 자동차 산업 선두 업체들이 자율주행 부분도 앞서가고 있어 독일·일본 등의 기술 수준이 높다. 우리는 관심을 가진지 10년 정도 됐지만 해외에선 1980년대 말부터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출발이 늦은 것 치고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다. 1~2년 정도 늦다.”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자율주행차에 도전하고 있는데.
“구글의 경우 방향이 조금 다르다. 자동차 업체처럼 상용화 가능한 차를 만드는 게 아니라, 초고가 센서를 장착한 차로 자율주행 기술 자체와 데이터 수집 등을 연구한다. 현재까진 상용차를 만들어 팔 계획은 없다고 구글 스스로 밝히고 있다.”

-언제쯤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나.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등 부분적으로 개입해야 하지만 일정 조건에선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3 수준의 차는 2020년이면 상용화 될 것으로 본다. BMW나 테슬라가 가장 먼저 선보일 수 있고, 현대자동차도 1~2년 차이로 출시가 가능할 것이다. 운전자가 책을 읽거나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완전 자율주행차는 2025년 정도면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자율주행차에 탄 서울대 이경수 교수. 윤정민 기자

자율주행차에 탄서울대 이경수 교수. 윤정민 기자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같이 협업할 ‘친구’가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예술로 치면 종합예술이고, 자율주행차는 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협업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좁고 기회도 적다. 특히 센서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너무 적다. 한개 업체나 기관에서 모든 걸 다 만들 순 없다. 연구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 충분히 주행시험을 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다. 다행히 국토부가 자율주행 시험도시인 'K-시티'를 만들고 있어 숨통이 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1차 완공된다.”

-새 정부가 할 일은.
“여러 분야가 힘을 합칠 수 있게 판을 만들어주고, 친구를 찾아줘야 한다. 현대차 같은 업체나 대학에서 ‘모여서 같이 하자’고 해도 다 힘을 합칠 수가 없다. 정부가 이 일을 해줘야 한다. 자율주행차 개발은 새로운 교통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자동차 업체나 부품 업체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 업체, 통신사, 대학 연구소, 연구기관 등이 손을 잡아야 한다. 새 정부가 연결고리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수소차는 움직이는 공기청정기…인프라 구축해야”
친환경차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대세는 전기차지만, 현대차는 2013년 글로벌 업체 중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했다. 내년 평창올림픽에 맞춰 새 수소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인 김세훈 이사는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03년 현대차에 입사해 14년째 이 일을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 김세훈 이사와 현대차 본사 로비에 전시 중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김세훈 이사와 현대차 본사 로비에 전시 중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사진 현대자동차]

-개발 과정은 어땠나.
“수소차 개발의 핵심은 연료전지스택(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부품) 설계 기술이다. 1990년대 말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우리가 연구를 시작한 2003년쯤 다임러에서 연료전지를 양산했다. 그러나 내구성이 문제였다. 수명이 800시간밖에 안돼 1~2년 밖에 못썼다. "연료전지가 상용화 되려면 몇가지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우리도 처음 7~8년 동안 확신이 없었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로 일반 차량 수준의 내구성을 갖추는데 성공했고 2013년 투싼 수소차를 양산했다. 올해 말까지 1000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인프라 문제다. 충전소가 없는데 누가 수소차를 사겠나. 당연히 대량 생산이 어렵다. 그런데 충전소 업체에선 반대로 ‘차가 없는데 무슨 충전소를 만드냐’고 말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다. 독일엔 충전소가 30곳 정도 있고 일본에는 80곳 이상이다. 한국은 0개다. 일본은 토요타가 수소차를 만든다고 하니 그에 맞춰 국가가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 2년여만에 충전소 80곳을 만들었다. 우리도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큰 돈이 들 것 같지만, 사실 충전소 200곳 만드는 데 고속도로 10km 만드는 정도 비용이면 된다. 기술적 준비는 다 돼 있다. 인프라만 있으면 된다."

-수소차가 대안이 될 수 있나.
"현재 울산 등 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수소만 연료로 바꿔도 50만대를 운행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연료를 수입하면 된다. 일본은 수소연료 운송 수단 개발도 끝냈다.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에 발전소를 세우고, 에너지를 수소연료로 바꿔 수입한다. 그걸로 차를 움직이면 자동차 공해에서 해방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 김세훈 이사와 현대차 본사 로비에 전시 중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김세훈 이사와 현대차 본사 로비에 전시 중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사진 현대자동차]

-전기차와의 차이는.
“크게 보면 수소차도 전기차다. 수소를 주입해 전기를 만든뒤 모터를 돌린다. 다만 현재의 전기차는 차 자체에선 공해가 없지만, 충전용 전기를 만드는데 공해가 발생한다. 또 ‘대기오염’ 측면에서 전기차는 그냥 ‘제로’지만, 수소차는 오염을 ‘마이너스’ 시킨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를 흡입해 정화한 뒤 다시 내보낸다. 수소차 30만대가 서울을 돌아다니면, 대형 공기청정기 30만대를 설치한 것과 같다."

-새 정부가 할 일은.
“당장은 인프라 투자가 급하다. 수소차 업체나 충전소 업체가 혼자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수소연료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 누가 수소차를 사겠나. 길게는 기초과학 육성이다. 특정 기술이 뜰 때마다 급하게 투자를 집중하는 식으로는 더 크게 발전할 수 없다. 기업이 연구과제를 발제해서 돈을 투자하고, 그 부분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해주는 식의 새로운 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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