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자 여종업원 송환 카드 왜 계속 꺼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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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4월 집단으로 탈북한 여성 종업원 12명의 송환을 다시 요구하며 대선 기간 동안 뜸했던 탈북자 송환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간단체 인도적지원 거부하면서 탈북자 송환 촉구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 의지 없다는 신호로 해석

앞서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식당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 12명은 지난해 4월 남성 지배인 1명과 집단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합동조사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북한은 이를 ‘남조선(한국)당국의 공화국(북한)공민 집단납치 행위’로 규정하고 각종 기관과 선전매체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이들의 송환을 요구해왔다. 이후 북한은 지난 3월 유엔여성기구 회의에서 탈북 여종업원의 송환을 언급한 이후 한국의 대선 기간을 전후해 한동안 조용하다가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 4월 입국해 보호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 4월 입국해 보호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우리(북한) 여성공민들의 무조건적인 송환이 이뤄지기 전에는 북남 사이에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그 어떤 인도주의협력 사업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지난 8일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를 통해 여종업원 김설경의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자 북한은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탈북자 송환이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정문대학원장은 “북한은 대화에 바로 나서지 않고 조건을 달며 향후 대화국면에서의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산가족 출신이고, 한국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과 탈북자는 별개의 문제”라며 “이산가족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수 없는데 북한이 (탈북자)결부시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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