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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200개로 꾸민 10개 테마 공간 루이비통과 함께 훌쩍 떠나세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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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호 24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이 자신의 헤리티지를 담아낸 전시를 시작했다. 6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다. 파리와 도쿄에 이은 국제 순회전이다. 큰 테마는 ‘여행’. 브랜드의 창립자 루이 비통(1821~92)의 일생을 압축하는 키워드이자, 브랜드 루이 비통 160년 전통의 뿌리이기도 하다.

DDP 전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세트 디자이너 칼슨

루이 비통은 스위스 국경에 인접한 쥐라산맥의 작은 마을 앙쉐에서 태어났다. 그의 첫 여행은 열네 살 때 시작됐다. 2년에 걸쳐 파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상자 제작자 겸 전문 패커(포장 담당자)인 로맹 마레샬의 도제로 일했다. 당시 패커는 상류층의 여행 짐을 싸주는 인력이었다. 대항해의 시대를 앞두고, 상류계층에서 여행 문화가 자리매김할 즈음이었다. 패커로서 루이 비통은 나폴레옹 3세의 아내, 유제니 황후의 총애를 받는다.

전시 공간을 디자인한 로버트 칼슨

전시 공간을 디자인한 로버트 칼슨

짐 싸는데 전문 인력이 왜 필요한지, 트렁크 종류가 몇 개나 될까 싶지만, 전시장에 진열된 200여 개의 가방을 보면 알게 된다. 가방의 역사가 곧 여행의 역사다. 옷은 물론이고 향수·신발·그릇·책 등 각양각색의 물건을 담는 트렁크가 모두 따로 있다. 당시에는 마치 이사 가듯 여행을 떠났다. 이번 전시의 세트 디자인을 맡은 캐나다 출신의 디자이너 로버트 칼슨(63·사진 오른쪽 위)은 “전시를 처음 의뢰받고 가장 먼저 루이 비통의 방대한 아카이브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하얀 벽의 전시장에서 트렁크를 한데 모아 전시하고 싶지 않았다”며 “오브제들을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오브제를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파리 오페라 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등에서 오페라 공연을 주로 기획한 디자이너의 손길은 극적인 장면 전환이 흥미로운 10가지 테마 공간을 탄생시켰다. 배의 실제 돛대가 세워진 요트 시대를 지나면 2차선 도로를 끼고 가방이 진열된 자동차의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듯 이동하게 되는 식이다. 각 방의 높낮이와 크기, 모양이 전부 다르다. 칼슨은 “사람들이 다음에 무엇을 볼 수 있을지 미리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구불구불한 전시 동선을 따라 루이 비통과 함께 돌고 도는 여행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전시장을 꾸몄다”고 전했다.

오늘날 흔히 쓰는 물건의 기원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각 트렁크는 루이 비통의 발명품이었다. 브랜드 창립자인 그가 방수재질의 사각 트렁크를 만들기 전까지 사람들은 둥근 덮개의 트렁크를 썼다.

여성 핸드백의 기원도 볼 수 있다. 20세기 초반 루이 비통이 디자인한 ‘스티머 백’이 원조다. 옷장 트렁크 내에 접어 보관할 수 있는 보조가방으로, 빨랫감을 보관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당시 여성들은 크루즈 여행을 할 때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하루에만 6~8번 옷을 갈아입었다고 한다.

캔버스 재질로 만들어진 스티머 백의 잠금 장치는 오늘날에도 여러 가방 디자인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칼슨은 “파리 의상장식박물관과 협업해 트렁크와 동일한 시대에 제작된 의상을 함께 전시, 실제로 가방이 어떤 용도와 방식으로 사용됐는 지 살필 수 있게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유명 인사들의 여행가방도 테마별로 전시돼 있다. 칼슨은 “루이 비통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예술가와 정치가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어니스트 허밍 웨이의 라이브러리 트렁크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집필의 세계’에 전시된 가방은 펼치면 간이 책꽂이가 된다. 책과 사무용품, 타자기 등을 함께 담을 수 있어 ‘휴대용 도서관’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칼슨은 동행 내내 여행의 해방감을 강조했다. “여행을 할 때 우리 모두 자유로워지잖아요. 걱정거리에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 정말 멋지지 않나요?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무료. 기간중 무휴.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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