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한달]⑥盧 전 대통령 첫 인사수석 정찬용 "검증 준비 부족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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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9일로 한 달이 됐다. 중앙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 모두 멘토로 여기는 송기인 신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한 달에 대해 들어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추도식”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첫 인사수석 정찬용 "검증 준비 부족" #"인사ㆍ민정수석의 검증 준비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청문회의 검증 대상은 정책으로 변경돼야"

⑥盧 전 대통령의 첫 인사수석 정찬용

노무현 정부의 초대 인사수석을 지냈던 정찬용(66)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기 인선의 '검증 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정찬용 전 인사수석,개각발표

정찬용 전 인사수석,개각발표

그는 “사전에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인선 준비를 했을텐데, 측근과 관계자들은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호남홀대론'에 시달렸다. 이를 적극 방어한 게 정 전 수석이었다.
그는 대선 기간이던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 고문을 맡아 “광주전남지역에서 문재인 후보의 ‘호남인사 홀대론’이란 ‘가짜뉴스’가 특정세력에 의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지역을 순회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호남인사 우대사실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며, 특정세력의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지속될 경우 강력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사 외에는 내가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다른 분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전남 영암 태생으로 광주일고를 나온 정 전 수석은 스스로를 '촌닭'이라 부르던 교사·시민단체 출신이다.

노무현정부 당시 문재인(오른쪽) 시민사회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문재인(오른쪽) 시민사회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인사와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을 빨리 가동했어야 혀. 선거 기간이 아무리 짧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당선될 줄 다 알고 있었잖아? 솔직히 그동안 대통령 측근들이 있었을 틴디, 예전부터 조각을 (생각)했을 것 아닌가.  아, '총리는 누구로 해야겠다, 장관은 누구를 해야겠다', 아니 그걸 안하겠어요? 대통령 당선을 99% 확신하는 상황인데?"

-실제 문 대통령도 당선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총리 후보가 있다’고 했다.
“그라믄~ 그중 몇몇 사람들이 다 사전 검증을 했어야지. 총리든 다른 직위든 시간을 갖고 더 철저하게 검증했어야지. 근데 그게 제대로 안 돌아간 거 아닌가. 그걸 대통령이 할 수는 없잖아. 인사수석실로 예정된 사람들이 했었어야지.”

-인사에 대한 준비가 미했다는 뜻인가.
“봐요, 총리도 검증이 덜 됐잖아. 그니까 된통을 샀잖아. 인선 예정자들이든 측근이든 간에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어. 근디 지금 와서 보니까 영~. 인사를 선택하는 인사수석실의 기능과, 대상자를 검증하는 민정수석실의 기능이 거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 같어. 인수위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는데도…. 아쉬운 대목이에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인선 자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인사의 참신성은 좋았다고 본다. 논란이 되는 분들은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이 다 참신한 사람들이에요. 자기들이 벼슬을 할 줄도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몇 가지 실수를 할 수도 있잖아요?…. 내가 보기에는 별 실수도 아니더만. 중요한 것은 인제 무슨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주로 이야기 해야지. 청문회에서도 정책 중심의 질문을 해야해요. ‘너 앞으로 그 일을 맡으믄 어쯔고 할래’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질문해야지. 근디 (청문회에서) ‘애들 학교 좀 한 번 넣으려고 주소 옮겼느니 말았느니…’ 이런 말만 하데.”

-위장전입이 특히 문제가 돼서 그랬던 것 아닌가.
“오늘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본인이 방배동에다 집을 사려고 갔는디 돌아다니다가, 우선 급해서 후배 집에 들어갔다. 위장전입이죠~그런 일이 누구든 다 있을 수 있는 거요. 근디 그게 요즘에 문제가 됐잖아? 그럼 50년 전 기준으로 인사 검증 할까? 그건 또 아니잖여.
 세상의 변화에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해야지. 20년 전의 일을 계속 시비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중요한 것은 '니가 뭔 일을 어쯔고 잘할래?' 묻고 어떤 정책, 일의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청문회가 이뤄져야죠.”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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