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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전 토성 유적에서 터널형 배수시설 처음 발굴

중앙일보

입력

한성 백제기 토성(土城) 유적에서 뚜껑 돌이 덮인 터널형 배수시설이 국내 최초로 발견됐다.

충북 증평군 추성산성에서 발견된 터널형 배수시설. [사진 증평군]

충북 증평군 추성산성에서 발견된 터널형 배수시설. [사진 증평군]

9일 충북 증평군에 따르면 증평 도안면 노암리에 위치한 추성산성(사적 527호)에서 빗물을 성 밖으로 보내는 옛 인공수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발굴된 배수시설은 터널형 모양의 인공수로로 암거(暗渠)라고도 불린다. 한성백제기(BC 18년~AD 475년) 성곽에서 암거시설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 증평 추성산성(사적 527호) 옛 인공수로 모습 드러나 #한성 백제기 성곽으로 최초… 빗물 내보내 성곽 보호 기능

암거시설은 계곡의 빗물을 성 밖으로 배출하면서 성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호한다. 추성산성 북벽 계곡부에서 발견된 배수 유도 석축은 성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팔 모양으로 벌어진 게 특징이다.

정찬교 증평군 문화예술팀 학예연구사는 “4세기 한성백제기 성곽에서 터널형 암거 배수시설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당시 건축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추가조사를 통해 암거시설의 구체적인 쓰임새와 성격을 파악하고 시기별 변화 양상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4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527호)로 지정된 추성산성은 4~5세기 최대 규모의 토축산성이다. 증평군은 2020년까지 추성산성 성벽 정비 사업을 벌여 추성산성 전시관과 야외교육장, 수목·탐방로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추성산성에서는 지난달 한성백제기 석축 우물이 발견됐다. 지난 6차 발굴에서는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1700년 전 팥이 출토돼 화제가 됐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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