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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이번 주말 3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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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03년 2월 18일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언론에 공개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진. 간신히 탈출해 목숨을 건진 이들 가운데 일부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매캐한 연기, 괴로운 표정, 적막감….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직후 전동차 안의 분위기는 섬뜩한 정도로 무거웠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엄청난 참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멍하게 앉아 있는 사람, 호흡이 곤란해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는 사람 등 모습도 제각각이다.

화재 초기에 전동차 안 모습을 담은 사진(본지 2003년 2월 20일자 1면)에 나타난 분위기다. 반대쪽 전동차에 난 불이 옮겨 붙으면서 이들이 탄 전동차의 승객 142명(전체 사망자 192명)이 사망했다. 사진 속의 5명은 참사 직전 지하 승강장을 빠져 나왔으나 기도 등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이 사진은 당시 출근을 위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유호정(33.컴퓨터학원 강사)씨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유씨도 간신히 전동차를 빠져 나와 목숨을 건졌다.

이 사진 속의 생존자들은 3년이 지난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바지에 갈색 모자를 쓴 안세훈(24.사진 오른쪽 맨 앞)씨는 대구의 한 미용실에 취직해 지난주 첫 출근을 했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 힘은 들지만 보람도 커 건강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사고 당일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길이었던 그는 2004년 10월까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기도 화상과 정신적 충격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그는 치료를 받으면서 미용학원에 등록했다.

"손재주가 있어 미용일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아들을 설득했어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건강도 나아질 것으로 판단했지요."

안씨의 어머니 김순복(45)씨는 "학원에 다니면서 집중력도 어느 정도 생기고 불안 증세도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만인 지난해 11월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의류 업체 직원으로 일했던 안승민(38.사진 왼쪽 앞에서 셋째)씨는 사고 1년 뒤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부상 정도가 심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후유증이 나타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씨는 "요즘도 가끔 악몽을 꾼다. 지하철은 아예 안 탄다"고 했다.

대구=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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