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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확보하자”...중ㆍ일, 아시아 요충항 쟁탈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와 중동ㆍ유럽을 잇는 해상 요충지의 항만 권익을 놓고 중ㆍ일 간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육ㆍ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아시아 각국의 항만 운영권 획득에 나서자 일본이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중ㆍ일은 정상 간 상호방문 추진 등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바닷길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리링카ㆍ캄보디아 등 해상 요충항 놓고 #일대일로의 중국이 항만 영향력 강화하자 #일본, 공사ㆍ운영 수주와 투자로 견제 나서 #해상로 둘러싼 중ㆍ일 간 신경전 계속될 듯 #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캄보디아 최대 상업항구인 시아누크빌 항만공사에 투자한다. JICA는 이 공사가 이날 매각하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상장 주식 25% 가운데 약 절반을 사들인다.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유일의 국제 항만으로 2011~15년 연평균 컨테이너 취급량이 13%나 늘었다.

이 항만 정비에는 거액의 엔 차관이 투입됐지만, 중국계가 주식 매수에 나서 중일 간에 쟁탈전이 벌어져 왔다. 시아누크빌은 일대일로의 전략 항구로 중국과 캄보디아는 일대일로 공동건설 협력에 관한 정부 간 합의서를 체결한 상태다.

일본 미쓰이물산은 인도 최대 기업집단 타타그룹과 공동으로 스리랑카 콜롬보항의 확장 공사 및 운영의 일괄 수주를 꾀하고 있다. 두 회사가 수주를 따내면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해외교통ㆍ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가 투융자를 할 전망이다. 콜롬보항은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해상 요충지로 인도와도 가까워 장래가 유망한 물류 거점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스리랑카의 해양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순시선 2척을 제공하고 450억엔(약 4600억원)의 차관도 공여하기로 한 것은 이와 맞물려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일대일로의 주요 거점인 콜롬보항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동시에 현재 건설 중인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을 99년 동안 관리ㆍ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바 있다.

인도가 일본과 더불어 콜롬보항 권익 확보에 나선 것은 중국에 대한 경계감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과 영토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는 주변 항만의 군사 전용을 우려해왔다.

미얀마의 경우 내년에 완공되는 티라와 항의 운영권이 쟁점이다. 현재 일본 기업을 축으로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남중국해, 인도양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데 따른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 해상로 주변이 일본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의 수송로와 겹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시아와 인도양 연안국의 연계를 강화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내건 것은 안정적인 해상 수송로 확보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평시에는 물류 거점으로 사용되는 항만이라도 중국이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군사 전용의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앞으로 정부개발원조(ODA) 등을 활용해 해상 수송로 연안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은 이를 위해 2015년 외국군이 관여하는 사업이라도 재해 구조 등의 목적에 맞으면 ODA를 공여하기로 규제를 완화했다.

일본은 전후 엔 차관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인프라 정비에 협력해왔다. 차관 잔고는 지난해 3월 현재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약 1조7000억엔,  베트남이 약 1조4000억엔에 이른다. 일본의 이런 이해 관계와 중국의 적극적 해양 진출로 해상로 주변국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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