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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해상에 중국어선이 사라진 이유...한ㆍ중 관계 회복 등 복합 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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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 철만 되면 연평도 인근 해상에 수십 척씩 몰려와 ‘싹쓸이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이 자취를 감췄다. 과거 이맘때면 200~300척이 내려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4월 12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인근 해상. 중국어선이 한 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 연평주민 제공]

지난 4월 12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인근 해상. 중국어선이 한 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 연평주민 제공]

이는 첨예했던 한·중 관계의 완화와 서해5도 특별경비단 출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5일 이후 1척도 안 내려와 #서해5도 특별경기단 출범, 단속 강화 #사드문제 해결 위한 중국 입장 변화도 #연평도 꽃게 전년대비 2배 늘어난 97t

7일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이후 이날 현재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상에서 해군 레이더에 포착된 중국어선은 단 1척도 없었다. 15일 이전 하루 평균 3~4척 정도에 불과했던 것마저 사라진 것이다.

지난 4월 4일 연평도에서 바라본 서해에 중국 어선들이 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4일 연평도에서 바라본 서해에 중국 어선들이 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현상은 앞선 4월부터 계속됐다. 봄어기가 시작된 4월 초 연평도 해상에 하루 최대 163척의 중국어선이 머물렀다. 하지만 같은 달 5일 136척, 7일 58척, 9일 16척, 10일 1척으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4월 11일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연평어장에 중국어선이 한 척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대청도와 백령도 등 나머지 서해5도 주변 NLL 해상에 중국어선 20~30척이 나타나고 있지만, NLL은 넘지 않고 조업할 뿐이다.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는 지난 4월 4일 해상 치안 및 외국어선 단속을 위해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창단했다.  [사진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는 지난 4월 4일 해상 치안 및 외국어선 단속을 위해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창단했다. [사진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사라지면서 4~5월 두 달 동안 연평도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47t에서 배 이상 늘어난 97t이 잡혔다.

이처럼 중국어선이 갑자기 우리 해역에서 사라진 것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4월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을 전담하는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출범하면서 불법 조업이 주춤했다. 실제 서해5도 특경단은 불법조업 단속을 위해 6인승 고속방탄정 1척을 연평도에 상주시켜 놓고 있다. 또 500t급 함정 3척이 연평도 인근 NLL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대기하는 등 모두 9척의 함정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인천해경 부두 인근에서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불법 외국어선 단속 시범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23일 인천해경 부두 인근에서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불법 외국어선 단속 시범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기에 인공어초도 한몫 하고 있다. 정부와 인천시는 지난해 100억원을 투입해 연평도 등 서해 5도 지역에 650여 개의 인공어초를 투입했다. 인공어초는 중국어선들이 그물을 내린 채 바닥을 훑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인공어초에 걸리면 그물이 찢어지거나 자칫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다.

또 최근 한·중 관계 완화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로 인해 경색됐던 분위기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불법조업으로 인한 우발적 충돌로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판단해 조업을 막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세종대 이문기 중국통상학부 교수는 “중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 출구전략을 세웠고, 갈등해소와 정상화를 위해 굉장히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이들로 인한 마찰을 차단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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