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에 뿌리는 비타민C 미국 고급백화점서 독점계약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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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 3월 미국의 고급 백화점인 ‘바니스 뉴욕’의 마케팅부 임원과 팀장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신촌에 있는 현대아이비티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도 상위 5%의 상류층이 다닌다는 바니스 뉴욕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관심을 둔 제품은 현대아이비티가 만든 ‘비타브리드’다. 일반 로션이나 스킨에 섞어서 쓰는 가루 형태의 비타민C다. 이들은 2년간 미국 내 독점판매권을 요청했다. 미국 내 모든 광고와 홍보를 책임지겠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지난달 30일 정식 계약이 체결됐고 올 8월부터 비타브리드는 미국 전 지역의 바니스 뉴욕 점포(14개)에서 동시에 판매된다.

현대아이비티 오상기 대표 #10% 이상 흡수 시키는 기술 개발 #가능성 본 일본서 합작 요청 #제품차별화·영업력 강화가 숙제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제품인 비타브리드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가장 먼저 러브콜을 보낸 곳은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없이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한 달 평균 매출이 30억원이다. 오상기(사진) 현대아이비티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갈 비용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온라인몰만 열었는데 3년 만에 1분에 1.5개가 팔릴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비타브리드는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화장품이나 물에 조금씩 섞어서 쓰는 비타민C 가루 제품이다. 비타민C 입자를 미네랄이 감싸고 있다가 피부에 닿으면 미네랄이 서서히 녹으면서 12시간 동안 비타민이 피부에 천천히 흡수된다. 오 대표는 “비타민C는 섭취해서는 피부에 흡수되는 양이 전체 중 1%도 되지 않는다”며 “‘미래 치료제’로 불리는 비타민 흡수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고 피부에 발랐을 때 10% 이상 흡수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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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이나 물에 섞어서 바르는 가루 형태의 비타민C 제품인 ‘비타브리드C12 페이스 브라이트닝’.

피부에 닿은 비타민C는 콜라젠 생성을 촉진한다.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주름이 옅어지고 피부가 맑아 보이는 효능이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물에 섞어서 두피에 뿌리면 비타민C가 생성을 촉진한 콜라젠이 모근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탈모 방지 효과도 있다고 한다.

현대아이비티에 법률자문을 해주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였던 오 대표가 4년 전 회사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이런 효능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탈모로 고민하고 있던 참에 속는 셈 치고 비타브리드를 3개월 사용했는데 거짓말처럼 머리가 자랐고 제품에 확신을 갖게 돼 경영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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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이나 물에 섞어서 바르는 가루 형태의 비타민C 제품인 ‘비타브리드C12 페이스 브라이트닝’.

비타브리드를 개발한 현대아이비티는 옛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디스플레이 전문업체다.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바이오 분야에 집중했고, 2013년 국내에 비타브리드를 선보였지만 반응이 미지근했다. 화장품 전문업체가 아닌 데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해 일본의 한 투자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합작 회사인 ‘비타브리드재팬’을 설립하며 일본에 진출했다. 최근 러시아의 유통 회사와 3년 독점판매 계약을 맺었고, 스페인·불가리아·독일·영국 등에서도 판매가 시작됐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일본은 합작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아직까지 실제 매출은 많지 않다. 지난해 비타브리드재팬 매출은 400억원이지만 현대아이비티 바이오 분야 매출은 100억원이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지엔 일정 기간 독점판매 방식으로 진출하는 만큼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자생할 수 있는 자체 유통망을 갖춰야 한다.

유사 제품과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 이미 크리니크 같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오 대표는 “현재 12가지인 제품 종류를 연말까지 20가지로 늘이고 영업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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