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남산 소나무에 큰 피해를 입혀온 솔잎혹파리 박멸을 위해 서울시가 천적인 솔잎혹파리먹좀벌(이하 먹좀벌)을 동원했다. 서울시는 5일 오후 1시 30분부터 남산 정상부의 피해 지역 2㏊에 먹좀벌 4만여 마리를 방사한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4월 N서울타워 부근에서 솔잎혹파리로 인한 소나무 고사 흔적 등을 발견했다. 솔잎혹파리로 인한 피해가 서울에서 발견된 건 1980년대 이후 처음이다. 솔잎혹파리는 4월 말부터 솔잎 사이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유충은 솔잎을 갉아먹고 수액을 빨아먹는다. 2~3년이면 소나무를 고사시킨다.
서울시, 솔잎혹파리 피해 '이이제이 전술'로 줄인다
솔잎혹파리를 퇴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농약을 뿌리거나 나무 조사를 놓는 일이다. 하지만 유영봉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남산에 농약을 뿌리면 등산객에게 해로울 수 있다"며 "나무 주사 역시 남산 소나무가 2년 마다 돌아오는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의 예방 접종을 앞두고 있어 두 가지 주사를 놓기엔 어려움이 있었다"고 천적인 먹좀벌을 이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먹좀벌은 몸길이가 1.4mm에 불과하지만 솔잎혹파리 유충이나 알을 먹는 '솔잎혹파리 킬러'다. 벌침이 없어 사람에게 위험하지도 않다. 한번 방사하면 4~5년간 효과가 이어진다.
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먹좀벌을 인공 사육하고 있는 경상북도 경주시 산림환경연구원에 도움을 요청해 먹좀벌 4만 마리를 무료로 분양받았다. 군대로 치면 2개 사단 병력이다. 먹좀벌 4만 마리는 유리로 된 방사통에 담겨 이날 오전 서울에 도착했다. 손성길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 연구사는 “장시간 이동하는 먹좀벌이 허기지지 않도록 이들이 좋아하는 꿀을 방사통 입구에 발라놓았다”고 말했다.
먹좀벌 4만 마리를 남산에 풀어놓는데 드는 시간은 약 20~30분 가량이다.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의 직원 8명이 먹좀벌 5000마리가 담긴 방사통을 하나 씩 들고 동시에 뚜껑을 열어 먹좀벌이 날아가게 한다.
우영봉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서울시가 약제 살포가 아닌 천적 방사로 방제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앞으로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남산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