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동맹' 강조 中-EU, 기후변화 공동성명 무산…통상 문제로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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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COP21) 탈퇴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던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녹색동맹'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결국 정상 간의 기후변화 대응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양측간 통상 문제에 따른 이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U "양측 무역 '상호주의' 기반해야…EU의 중국내 투자에 제약 커" #중국 "균형보다 공정이 더 중요…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조치 부당"

[사진 가디언 홈페이지]

[사진 가디언 홈페이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현지시간 2일 벨기에에서 회담을 갖고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의 회담에 앞서 탄소배출 세계 1위 중국과 3위 EU가 만난 만큼, 2위 미국이 탈퇴를 선언한 파리협정에 힘을 실어줄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DPA통신은 EU 관계자를 인용해 양측이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공동성명 문구를 놓고 양측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회담을 마친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은 큰 실수"라면서도 예상됐던 공동성명 발표는 하지 않았다. 양측의 통상 마찰에 성명문 채택이 최종 무산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회담에 앞서 EU 측은 중국의 투자·무역 장벽과 태양전지판·철강제품 등의 덤핑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 측은 공동성명에 대한 보상으로 중국의 'WTO 시장경제지위 획득'에 EU가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양측은 통상 문제를 놓고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목소리만 냈을 뿐, 서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중국의 대EU 투자는 77% 증가했지만, EU의 중국 투자는 25%가량 급감했다"며 중국의 투자·무역 장벽을 지적했다. 또, 값싼 중국산 태양전지판과 철강제품이 몰려오고 있다며 "양측의 무역관계는 '상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정"이라며 자국산 제품들에 대한 EU의 반덤핑 조치를 비판했다.

양측이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하면서 국제사회가 탄소배출 문제를 놓고 균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양측은 이같은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공동성명에 실패한 리 총리와 투스크 의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상관없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관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통상 문제에서의 이견은 양측이 기후변화에 함께 대응하는 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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