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도 없는 무명 깜짝 우승, 한국 오픈 ‘이변의 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장이근이 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 대회에서 김기환을 연장 끝에 꺾고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무명 골퍼 장이근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디 오픈 출전권도 따냈다. [사진 KPGA]

장이근이 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 대회에서 김기환을 연장 끝에 꺾고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무명 골퍼 장이근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디 오픈 출전권도 따냈다. [사진 KPGA]

한국 최고 권위의 대회 우승 트로피에 상금 3억원, 디 오픈 출전권이라는 큼직한 보너스까지 챙겼다.

KPGA 최고권위 대회 새 스타 탄생 #평균 드라이브샷 307야드 파워히터 #16~18번 홀에서 3연속 버디 기염 #김기환과 연장승부 끝 생애 첫 감격 #상금 3억원에 디오픈 티켓도 얻어

장이근(24)이 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 대회에서 김기환(26·볼빅)과 합계 7언더파 동타를 이뤄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장이근은 16~18번 3홀 합산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는 연장전에서 파-버디-보기(이븐파)로 파-보기-더블 보기(+3)에 그친 김기환을 따돌렸다. 올해부터 한국 오픈 상위 입상자 2명에게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 출전권을 주기로 함에 따라 장이근과 김기환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와 유럽투어를 겸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디 오픈은 7월 말 잉글랜드 로열 버크데일에서 열린다.

장이근은 KPGA투어 시드조차 갖고 있지 않은 무명 골퍼다. 주요 경력이라고 해야 2016년 아시안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수석 합격한 정도였다. 장이근은 원아시아투어 시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키 1m83cm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갖춘 장이근은 호쾌한 장타가 돋보이는 파워히터다. 아시안투어에선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07야드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미국 서부의 명문 대학인 남가주대(USC)에 입학한 장이근은 이날 깜짝 우승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4월 아시안투어 이앙데르 헤리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게 프로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KPGA투어의 최고 성적은 2014년 한국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14위.

매년 가을 개최됐던 한국 오픈은 올해는 6월 초에 열렸다. 6월의 우정힐스 골프장은 예전과는 달랐다. 누런색으로 변하는 가을과는 달리 6월의 잔디는 파릇파릇했다. 골프 전문가들은 “잔디가 살아 있어서 지난해보다 그린 스피드가 더 빨라졌다. 바람도 강해 플레이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이근은 11번 홀까지 1타를 줄이며 7언더파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우승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14번 홀 더블 보기, 15번 홀 보기로 순식간에 3타를 잃으며 합계 4언더파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허인회(30)가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합계 7언더파로 단독선두를 달리던 허인회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면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허인회가 약 80cm거리의 파퍼트를 놓치면서 승부가 요동쳤다.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던 장이근은 16~18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으며 다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7번 홀에서 김기환이 12m 칩인 버디를 성공시키자 장이근은 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마지막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핀 1.2m 옆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김기환과 함께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장이근은 연장전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두번째 홀인 17번 홀에서 10m 거리에서 칩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장이근은 부자(父子)가 나란히 우정힐스를 정복하는 독특한 기록도 세웠다. 장이근의 아버지 장오천(62) 씨는 1995년 우정힐스 골프장의 2대 클럽 챔피언에 오른 아마추어 강자다. 누구보다 우정힐스 코스를 잘 알고 있는 장 씨는 아들의 골프백을 메고 한국 오픈에 출전하기도 했다. 8세 때 골프클럽을 잡은 장이근은 이날 한국 오픈 우승트로피를 치켜들고 아버지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마추어 고수로 유명한 장 씨는 큰 아들을 제외한 삼형제에게 모두 골프를 시켰다. 장이근은 늦둥이 막내 아들이다.

장이근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 기회가 찾아왔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진호(33)와 허인회가 합계 6언더파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천안=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