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현명하다"… 중앙경찰학교 학교장 비판한 글 SNS 올린 간부 징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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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가 내부 전산망에 쓴 댓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고 학교 운영에 문제를 제기한 간부를 징계하고 전출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 전경. [중앙포토]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 전경. [중앙포토]

4일 경찰에 따르면 중앙경찰학교는 최근 김모(46) 경감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전보 조치했다. 김 경감은 지난 2월 학교 목욕탕 설치 장소 선정과 관련한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의견들을 보니…. 민중은 현명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학교측 "정당한 업무지시 불이행, 국가공무원법 위반했다" 징계 #김모 경감 "SNS 사적인 생각 올렸을 뿐 학교 비판 없었다" 반박

그는 두 달 뒤 이 댓글을 캡쳐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저를 싫어하는 게 이것 때문이었나”라는 글을 올렸다.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옛 생활관 지하에 목욕탕 설치를 추진했으나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직원은 접근성이 좋은 체육관을 선호한 것을 보고 쓴 글이었다.

이 일을 포함해 중앙경찰학교는 김 경감의 SNS 활동과 간부들이 사용하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 쓴 글을 이유로 그를 징계했다. 김 경감은 지난 4월 학교장이 안전경고등 신청 등 업무지시를 하며 “좀 적극적으로 해. 소극적으로 하지 말고"란 말을 한 것을 두고 "내가 업무에 소극적이라고?”라는 반박성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경감이 서울에서 열린 수사구조개혁세미나 참석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학교장을 비판하는 내용도 간부 29명이 참여하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 올렸다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다.

중앙경찰학교는 지난 4월 17일 김 경감에게 ‘자체 감찰 조사 및 학교장 지시’를 근거로 별도 명령 때까지 대기근무를 명했다. 대기 발령은 한 달간 이어졌고 학교 측은 지난달 18일 감봉 2개월의 징계를 결정하고 곧바로 전보 인사를 냈다.

경찰학교는 징계 사유서에서 “김 경감이 경찰 내부망에 오른 내용을 SNS를 통해 공개하고, 지휘부 SNS 대화방에 학교장의 정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이를 비난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을 올리는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김 경감이 업무상 취득한 자료를 이용해 학교장 관사의 물품 구입, 부속실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학교장의 지시 명령도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경감은 “일부 내용과 표현이 예의에 어긋나는 점을 인정해 사과까지 했는데 장기 대기발령에 이은 징계, 전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SNS에 올린 글은 사적인 감정 표현을 한 것에 불과하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학교장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경감은 목욕탕 위치와 관련한 댓글에 대해 “직원 절대 다수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을 보고 ‘민중은 개·돼지’라는 전 교육부 간부의 발언이 생각 나서 이를 풍자한 댓글을 달았다”며 “학교장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경감은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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