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들여다보기] 고전 활용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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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현 종로학평 논구술팀장

올해 주요 대학들의 논술 문제에서는 고전 제시문이 많이 출제되었다. 서울대는 '경쟁의 성격과 경쟁의 공정성 및 정당성'을 묻는 문제에 대한 제시문으로 애덤스미스 '도덕 감정론', 롤스의 '사회 정의론',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비롯해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고전에서 무려 7개나 출제했다. 고려대의 경우도 '질서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라'는 문제를 내면서 중국의 역사서 '국어-정어편', 하이에크의 '자유 헌정론', 비어슬리의 '미학사'등 5개 고전에서 제시문을 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에서 발표한 2008학년도 논술 예시 문항을 봐도 교과서와 연계해 동서양의 고전을 충분히 습득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고전 읽기는 논술 시험의 기초이며 핵심 과제가 되었다.

출제된 고전 제시문은 주로 그 사회의 가치 기준이나 철학적 주장을 대변하는 내용이다. 대학에서는 주어진 고전 제시문의 단순한 이해만이 아니고, 자신의 입장에서 고전 제시문을 재해석 하라고 요구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첫째, 고전을 읽을 때는 핵심적인 주장과 그 근거를 찾아가며 읽되, 반드시 현대적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해 놓아야 한다. 예를 들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 자유란 사상과 감정의 자유, 취미와 직업의 자유이다. 곧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만 사회가 간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밀의 주장에 대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마약을 복용하거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오락 중독에 빠졌을 때 과연 개인적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현대사회에서의 사회적 간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간섭'이라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서 고전 읽기를 하는 것이 효율적 읽기 방법이다.

둘째, 고전의 종류와 분야에 따라 읽기의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올해 서울대에서 출제된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나 롤스의 '정의론' 등의 사회과학 분야 고전은 글에서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내용 중심으로 직독하면 된다. 하지만 '장자'와 같은 동양 철학서를 읽을 때는 우화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비유적 내용 뒤에 숨겨진 중심 의미의 전후 연관 관계를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전 제시문에 대한 대비는 단 한권의 고전작품이라도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면서 그 내용을 현대사회의 문제와 연관지어 사고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신우현 종로학평 논구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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