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인공기 발언 파문] 與野 상반된 반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여야는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유감 표명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북한의 협박성 요구에 응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지지 논평을 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한나라당의 보수파 의원 63명으로 구성된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에 굴복해 인공기 소각을 사과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의 U대회 불참은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을 증폭시키고 더 많은 퍼주기를 끌어내기 위한 책략"이라며 "그럼에도 무릎 꿇고 사과하는 대통령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냐"고 비난했다.

김용갑(金容甲)의원은 "북한의 사과 요구는 盧대통령과 보수단체 길들이기"라며 "대통령은 우방이자 혈맹인 미국의 성조기와 우리의 적인 북한 측 인공기를 똑같이 보고 있는데 도대체 어느 편이냐"고 따졌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KAL기 폭파에 핵무기 제조까지 하는 북한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도 못받고, 민간단체가 한 일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성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존심 있는 자주 국가의 대통령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국회 국방위 간사인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당초 대구 U대회에 참가한다던 북한이 이제와서 불참하겠다는 것은 남한을 우롱한 처사로 북한으로부터 사과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 위한 결단"=민주당 문석호(文錫鎬)대변인은 "남북관계의 현실과 한반도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우방이든 아니든 상대국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행동은 국제적 관례로 볼 때도 예의에 어긋난다"며 "극단적 방법은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張永達)의원은 "인공기를 불태워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남북 화해.협력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평양에서 태국기를 불태우면 우리도 북한과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재건(柳在乾)의원은 "북한은 대화.협력의 파트너인 만큼 대통령의 유감 표시는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의 대회를 문제삼아 북한이 전 세계와 한 약속을 하루 만에 번복,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오지 않겠다고 했던, 성숙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도 盧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인 최명헌(崔明憲)의원은 "통치행위라는 차원에선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국민 감정은 그게 아니다"면서 "과연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이정민.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