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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꼼짝마 … 전국서 용의자 추적 ‘AI CCTV’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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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물 재인식 기술’을 이용, 사람을 판별하는 장면. 3대의 CCTV가 각각 다른 각도에서 찍은 인물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사진 ETRI]

‘인물 재인식 기술’을 이용, 사람을 판별하는 장면. 3대의 CCTV가 각각 다른 각도에서 찍은 인물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사진 ETRI]

인공지능(AI)이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 사고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시대가 열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일 경찰청·제주시와 함께 “CCTV에 지능형 AI 기술을 접목한 ‘AI CCTV’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ETRI·경찰청·제주도 개발 돌입 #CCTV에 인공지능 기술 접목 #교통사고 땐 3초 내 경찰에 알람 #사고 차량 번호판도 자동 식별 #2019년 일반 범죄자 추적 활용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CCTV는 807만 대가 넘는다(2015년 기준). 전국에 CCTV가 깔려 있지만 CCTV를 범죄 예방에 활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 다수의 CCTV가 해상도 100만 화소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화소로는 차량 번호판 식별도 어렵다.

관제요원이 24시간 CCTV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CCTV를 관리하는 무인경비업체 관제요원은 1인당 평균 96개 안팎의 CCTV를 동시에 관리한다. 관제요원이 집중력을 장시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ETRI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CTV에 AI를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꺼냈다. 구글의 바둑 두는 AI 알파고 덕분에 유명해진 딥러닝(심층학습) 기술로 CCTV를 확인하자는 생각이다.

일단 인간과 차량의 모습을 AI가 인지하려면 AI를 ‘교육’시킬 ‘교재’가 필요하다. ETRI는 이미 부산시민공원 CCTV에 찍힌 40테라바이트 규모의 영상을 확보했다. 기존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활용한 빅데이터 학습은 영상 분석에 적용할 경우 한계가 있다. ETRI가 확보한 빅데이터는 실제 CCTV 영상이라는 점에서 일단 양질의 ‘재료’를 확보한 셈이다.

다음엔 ‘어떤 상황에서 사고·범죄가 일어나는지(supervised learning·지도학습)’ AI에 가르치는 작업이다. CCTV 영상은 사진 프레임이 다수 연결된 형태다. ETRI는 영상을 다수의 프레임으로 쪼개 사진이 어떻게 바뀔 때 사고가 나는지 수식으로 정리했다.

김건우 ETRI 지능보안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은 “교통사고를 실시간 인지해서 3초 안에 경고 알람을 울려주는 AI를 선보일 것”이라며 “이미 CCTV에서 사람과 차를 감지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이면 CCTV상에서 교통사고를 인지해내는 수준으로 AI를 충분히 학습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상도 낮은 CCTV에서 차량 번호판을 식별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다. 기존엔 CCTV 화면을 분석할 때 저해상도 사진의 이미지를 보정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근본적으로 CCTV 화질이 나쁘면 한계가 있다.

스스로 배우는 능력이 있는 AI를 적용하면 다르다. 어둡거나 안개가 껴서 차량 번호판이 잘 안 보이는 지역에서 AI가 적용된 CCTV가 인지한 번호판의 일그러진 형태를 기억한 뒤 번호판이 잘 보이는 곳에서 이게 실제로는 무슨 숫자였는지 대조한다. 이런 학습을 수백만 회 반복하면 애매하게 보이는 숫자가 ‘3’일 확률이 75%, ‘8’일 확률이 25%라는 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안개 낀 지역이나 악천후가 몰아치는 지역에서도 차량의 모델·연식·번호판·색깔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9년이면 시범사업으로 범죄 용의자를 추적할 때 AI CCTV를 활용할 전망이다. ETRI는 여기저기 산재한 다수의 CCTV를 활용해 용의자나 용의자가 탑승한 차량을 연속적으로 식별하고 추적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치안용 CCTV에 적용해 특정 인상착의를 입력하면 동일인을 다수의 CCTV가 인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 대해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익균 ETRI 지능보안연구그룹장은 “AI가 활용하는 영상은 실시간 암호화해 저장한 뒤 특정 권한을 가진 사람만 복원할 수 있는 ‘영상보안침해 방지기술’을 8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었다”며 “3년 이내에 영상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술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CCTV가 빅브러더화하는 것 아니냐는 개인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줄지는 미지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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