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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의 고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천국은 우리의 머리위뿐 아니라 발밑에도 있다.』미국의 은둔철학자「H·D·도로」는 이런말을 했었다.
요즘 영국의 주간지 이코너미스트사는『88년의 세계』라는 책을 퍼내며『우리들의 후세들이 태어나면 좋을곳』을 선정했다.
바로 이 책에 따르면 우리들의 천국은 바다건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땅, 한국이 세계 50개국 가운데 10위의 점수를 받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점수가 네덜란드, 우리 뒤에 처진 나라들중엔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위스, 벨기에,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등 내노라하는 나라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나라에 점수를 많이 준 부분은 GDP(국내총생산)성장율, 인플레, 문맹퇴치율, 피곤지수등이다.
고맙고 반가운 일이지만 환경주의자들이 따지는「QL」(퀄리티 오브 라이프=생활의 질)을평점기준으로 삼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사람이 싱싱한 생명을 유지하려면 맑은 햇빛과 깨끗한 물과 싱그러운 수목이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북이달리아 전선에서 한 젊은 미군병사가 부상을 당했다. 이탈리아 농부가 이 병사를 발견하고 집으로 업어다가 극진히 간호했지만 생명은 꺼져만 갔다.
『무엇으로 이 은혜를 갚을수 있을까요. 제가…, 제가… 가장 소중한 것을 당신에게 드리고 싶어요.그것은….』
병사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탈리아 농부는 그의 입에 귀를 가까이 하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 고향, 텍사스의 맑은 햇빛과 물과 푸르른 수목을 드리겠읍니다.』
이탈리아 농부는 너무 감동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바로 그 미국은 살기 좋은 곳의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점수를 줄만한 햇빛과 물과 수목이 어디에 있는가. 어떤 나라는 인권, 교육, 문화에서 보너스점수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제 겨우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자는데도 얼굴 붉어질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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