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흉기 난동사건' 시민 영웅의 반전 근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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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서울 여의도에서 퇴근시간대에 발생한 칼부림 사건의 현장검증에서 피의자김모씨가 전 직장동료를 흉기로 찌르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2012년 서울 여의도에서 퇴근시간대에 발생한 칼부림 사건의 현장검증에서 피의자김모씨가 전 직장동료를 흉기로 찌르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를 사칭해 피해자로부터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 가운데 행동대장 역할을 한 A(45)씨는 지난 2012년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의인으로 경찰 표창을 받은 바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일, 개인사업자에게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를 사칭해 4억 20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A씨 등 3명을 구속 입건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피해자에게 "돈을 불려주겠다"고 꼬드겨 올해 1월 돈을 받아냈다. A씨는 지난 4월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일당 중 가장 먼저 체포됐다.

A씨는 지난 2012년 일명 '여의도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근처를 지나가다가 한 시민이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자 자신의 옷을 벗어 상처 부위 근처를 지혈한 공로를 인정받은 '모범 시민'이었다.

여의도 흉기 난동사건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A 신용평가사 앞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김모(당시 30)씨가 전 직장동료 두 명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길을 가던 시민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다.

당시 한 정당의 위원회 임원이었던 A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은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

A씨의 이런 과거 행적은 사기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았고, 이런 사실을 알았던 피해자는 혹시나 조사 과정에서 A씨에게 유리하게 참작될까 봐 굳이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은 뜯어낸 4억2000만원 중 3억원을 돈을 불려준다는 또다른 사기꾼에 넘겼다가 날린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주범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전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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