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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덕에 발상 자유로워져 … 새로운 바둑 만나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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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만난 부부 프로기사 장주주(왼쪽) 9단과 루이 나이웨이 9단. 부부는 AI와 공존하는 바둑의 미래를 낙관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사이버오로]

지난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만난 부부 프로기사 장주주(왼쪽) 9단과 루이나이웨이 9단. 부부는 “AI와 공존하는 바둑의 미래를 낙관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사이버오로]

지난달 23~27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는 한국 바둑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세계 최고수 부부 프로기사로 꼽히는 중국의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과 장주주(江鑄久) 9단 부부다. 이들은 행사 내내 대국장에 머무르며 ‘알파고’의 바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부부 9단 장주주·루이나이웨이 #장 “20년 전 개발 참여 … 참 빨리 성장” #루이 “사람과 AI, 좋은 짝 이룰 것”

24일 대국장에서 만난 루이나이웨이-장주주 부부는 알파고의 바둑에 경이로움을 표했다. 루이 9단은 “알파고가 사람이 생각할 수도 없는 수를 너무 많이 둬 깜짝 놀랐다”며 “특히 1국에서 54로 후수로 끊는 수가 다시 봐도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장 9단도 “48수부터 54수까지의 진행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경이로운 수였다”고 맞장구를 쳤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압도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에 대해서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 9단은 “20여 년 전 미국에서 AI 바둑 프로그램을 처음 개발할 때 참여한 적이 있어 AI 바둑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루이 9단 역시 “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했을 때 믿기지 않아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파고를 통해 얻은 것도 많다고 했다. 루이 9단은 예전보다 바둑이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알파고 기보를 보면서 발상이 자유로워지고 바둑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긴 것 같다. 특히 알파고 덕분에 옛날에 배웠던 바둑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바둑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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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존하는 바둑의 미래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장 9단은 “알파고를 본보기 삼아 바둑에서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했고, 루이 9단 역시 “앞으로 사람이 AI를 이기긴 어렵겠지만 알파고가 사람 바둑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AI와 사람은 바둑에서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바둑의 목적을 자신의 성장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 9단은 “바둑의 진정한 가치는 공부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데 있다”며 “AI 시대에도 이러한 바둑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 9단은 “AI 등장으로 오히려 바둑의 이러한 본질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게 되지 않겠느냐”며 부인의 말에 동감을 표시했다.

우전(중국)=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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