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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낙동강 보 상시개방 D-1일…"올해도 '녹조 범벅' 낙동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아래. 주민 이관형(45)씨가 낙동강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강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낚싯대를 드리우던 이씨는 별 성과 없이 30여분 만에 낚시를 접었다. 이씨는 짐을 챙기면서 "올해는 더 이상 이곳에서 낚시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짬 날 때마다 이곳에서 낚시를 해 왔는데 4대강 정비 사업 후부터는 여름이 찾아오면 물이 너무 더러워져 낚시를 못한다"면서 "지금도 녹조 때문에 강물이 초록색이 돼 있고 냄새도 심하다"고 했다.

3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가득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3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가득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실제 이씨가 낚시를 하고 있던 주변에는 강변을 중심으로 녹조가 크게 확산된 상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6개 보(洑)를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한 직후인 지난 23일 이곳을 찾았을 때보다 눈에 띄게 심해진 모습이었다. 강 주변을 뒤덮고 있는 역한 냄새도 강해졌다. 강물이 갇혀 흐르지 못한 곳에선 녹조가 더욱 심했다.

낚시꾼들도 "올핸 더 이상 못오겠다" #기온 오르자 녹조도 본격적으로 확산 #6월 1일 상시 개방…"수질 개선 기대" #환경부, 농업·생태계영향 최소화 방침

최근 대구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녹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0.7도를 기록했다. 사문진교 인근에 마련된 사문진주막촌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던 김모(44·여)씨는 "날씨가 덥고 건조하니 강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가득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3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가득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정부 정책대로 보 일부를 상시 개방하면 수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문진주막촌을 찾은 50대 방문객은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수문을 활짝 열어 물이 흐르게 되면 녹조가 많이 사라져 수질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사문진교는 정부가 상시 개방을 결정한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사이에 위치해 있다.

1일 오후 2시엔 강정고령보 수문(2개)과 달성보 수문(3개)이 각각 50㎝ 정도 열린다. 수문 하나의 크기는 강정고령보가 폭 45m, 높이 11m이고 달성보가 폭 40m, 높이 8m다. 초당 100t 정도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낸다. 이렇게 하면 60~70시간 뒤 강정고령보는 평소 유지하는 관리 수위가 19.5m에서 18.25m로 낮아진다. 달성보는 14m에서 13.5m로 수위가 낮아진다.

3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가득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3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가득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환경단체는 수문이 열리는 1일 오후 강정고령보 일대에서 낙동강 변화에 대해 감시활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주변엔 어민 등이 있지만 농업용수 문제로 피해를 보는 농가는 그리 많지 않다. 환경단체는 기본적으로 수문 개방을 반기는 입장이지만 수문 개방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뭄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를 열어 수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이를 고려해 양수 제약 수위까지 보를 개방할 방침이다. 영농기 이후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해 추가로 수위를 낮출 것인지 검토할 계획이다. 또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당 2~3㎝씩 점진적으로 수문을 연다. 수문이 계획안대로 모두 열리기까진 1~3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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