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선 대신 등장한 캠코더…北 조난 어민, NLL 선상서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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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해군과 해양경찰에 구조된 북한 어민 6명이 자신들의 선박을 이용해 31일 오전 북한으로 돌아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울릉도 인근과 속초 동쪽 해상에서 각각 구조됐던 어민들을 조사한 결과 대공용의점이 없고 본인들이 귀환을 희망해 북한으로 돌려 보냈다”며 “정부는 유엔사 정전위를 통해 어제(30일) 북측에 송환계획을 통보했고, 해양경찰이 동해 NLL(북방한계선) 선상에서 북측에 인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동해상에 거센 풍랑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이들의 송환을 서둘렀다고 한다.

두 척의 선박 가운데 한 척은 발견 당시 전복돼 해상에서 폐기했다. 그래서 한 척의 선박에 북한 어민 6명이 함께 타고 이동했다.

정부는 전날 오전 이들의 송환을 결정하고, 북측에 송환 계획을 통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30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 직통전화와 서해 군 통신선으로 송환 계획 통보를 시도했다”며 “하지만 북측이 여전히 응답하지 않아 확성기를 이용해 송환계획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이 통신선을 차단했고, 이날 역시 응답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유엔사 정전위 관계자들과 남측 연락관은 이날 확성기(메가폰)를 이용해 통보했다. 과거 팩스나 전화로 해 오던 메시지 전달을 확성기를 이용해 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풍경도 벌어졌다. 유엔사 정전위 관계자는 “최근 확성기 방송을 할 때 북측에서는 캠코더를 이용해 내용을 녹화한 뒤 가져간다”며 “30일에도 북측 연락관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와 통보 내용을 녹화해 갔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어차피 남과 북이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과거처럼) 팩스를 이용하면 쉽게 이뤄질 일을 지금은 서로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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