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석채 배임·횡령 혐의 무죄 판단 “비자금 대부분 회사 위해 썼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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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31억원대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석채(72·사진) 전 KT 회장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2심서 유죄난 비자금도 파기환송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액과 사용내역 등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을 회사를 위해 썼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자금 전부가 개인적인 경조사비나 유흥비 등으로 사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전체 비자금 중 개인적 목적과 용도로 지출된 금액을 따로 나눠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1월 취임 직후 회사의 미등기 임원들에게 대외활동비 명목의 ‘역할급’을 지급했다가 세금을 제한 금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이런 수법으로 2013년 9월까지 11억6850만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자신과 비자금을 관리한 서모 부사장의 경조사 및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또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OIC랭귀지비주얼(현재 KT OIC) 등 3개의 벤처기업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103억5000여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의 벤처기업 주식 매입은 ‘경영상 합리적인 판단’으로, 비자금 조성도 비서실 운영경비나 업무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썼다고 봤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당시 검찰이 이 전 회장을 KT 회장 자리에서 몰아내려고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던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3년 11월 임기를 2년 남겨 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2심 재판부는 배임 혐의에 대한 1심의 무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비자금 조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유죄 부분도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 처벌에 있어서는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과 검찰의 공소사실 증명 책임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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